사상초유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맞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회의 중 민주당 추천 방심위원이 욕설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 위원들은 야권 위원들에 대한 해촉건의안 상정까지 예고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품격 있는 방송언어를 위해 방송언어특위까지 운영하는 방심위의 위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했다는 데 대해 업계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전날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벌어진 욕설 테러 사건과 관련해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김유진 위원과 옥시찬 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류 위원장이 방송소위 개의를 선언하자, 야권 추천인 김유진 위원은 “(최근 셀프심의 논란에 휩싸인) 류 위원장은 심의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회의 진행을 막아섰다. 이후 류 위원장이 “현재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이 갑자기 류 위원장을 향해 서류를 집어 던지고, 욕설을 하며 회의장을 퇴장해버린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옥 위원은 “XX 너도 위원장이냐” 등 욕설을 했다.
이후 류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 중 방심위원이 욕설을 한 것은 방송심의위회 사상 초유의 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이다. 특히 방심위는 품격 있는 방송을 위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특위까지 운영하고 있어, 방심위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했다는데 대해 업계에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논란이 일자 옥 위원은 “막말을 해 위원님들과 직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두 번 사과했다. 정회 1시간이 지나 ‘회의 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류 위원장의 의사를 사무처 직원이 전달한 뒤에야 야권 위원들은 돌아갔다.
류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차마 필설로 옮길 수 없는 욕설과 폭력행위”라며 “방통심의위 사상 초유의 일로 방통심의위에 대한 테러행위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방통심의위 권위와 품위를 심대히 실추시킨 행위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즉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의도적으로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심지어 욕설과 폭력행위를 가한 위원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페널티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이어 류 위원장은 “오늘 방송소위 심의와 무관한 내용으로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어제 전체회의에서도 분명히 밝혔지만 일부위원들이 주장하고 계신 일방적인 주장은 현재 자체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와 함께 권익위원회에서도 공식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유진 위원께서 오늘 회의시작 때부터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진행을 방해한데 이어 옥시찬 위원께서는 회의 진행도중 회의자료를 위원장에게 던지는 물리적인 폭력행위와 함께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위원장에 대한 심각한 인격모독 테러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현장에는 의견진술을 하러 출석한 방송사관계자가 있었고 방청석에는 10여명의 취재기자분들까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의 권위와 품위를 심대히 실추시킨 행위임과 동시에 나아가 방송통신심위위원회의 정치적중립과 독립을 훼손하고 각 위원의 심의에 대한 독립적 의사결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로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류 위원장은 “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상 초유의 불미스러운 욕설과 폭력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방심위의 운영과 관련해 논란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8일 방심위 통신소위에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을 따라다니며 실시간 방송을 송출한 유튜버 채널의 동영상들에 대해 차단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추천의 윤성옥 의원이 “차단해봐야 URL만 바꿔서 다시 올리면 차단할 방법이 없다”고 언급해 방심위원이 공개적으로 심의로 제재할 콘텐츠를 다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언급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욕설 파문 등으로 방심위의 정상적인 회의를 방해한 일부 위원들이 해촉될 될 경우, 방심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