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기적’ 꿈꾸는 태국 루지 유망주

10대 선수 티라파트·수니타
동계청소년올림픽 출전권
평창재단 프로그램과 인연
루지연맹 등 도움 韓서 훈련

12월에도 30도의 더위를 자랑하는 나라 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추위를 경험할 일이 없다. 1년 내내 여름인 이곳에서 처음으로 동계 청소년올림픽 썰매 종목 루지 출전권을 가져온 10대들이 나타났다. 영화 ‘쿨러닝’의 태국판이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는 태국의 루지 유망주 티라파트 사타(17)와 수니타 차이야판토(16)가 출전한다. 두 선수는 대한체육회와 2018평창기념재단 등의 지원으로 루지를 배워 이런 쾌거를 이뤘다.

티라파트(왼쪽)와 수니타가 2022년 12월 강원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제1차 콘티넨탈컵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루지협회 제공

루지는 썰매에 누워 트랙을 내려오는 종목이다. 시속 120㎞는 거뜬히 달릴 정도로 빠른 데다가 누운 상태로 앞을 보기 때문에 조종이 까다롭다.



이들이 처음 썰매와 인연을 맺은 건 2022년 5월로 돌아간다. 2018평창재단은 눈 없는 나라 선수들을 선발해 훈련을 지원하는 ‘드림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티라파트와 수니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크로스컨트리와 봅슬레이 등 동계스포츠를 체험한 뒤 루지를 선택했다. 이들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건 그해 7월부터다. 이들은 ‘태국 최초의 썰매 종목 청소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문화 또 처음 접하는 루지는 이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이경영 루지협회 사무처장은 “이 실력으로 국제대회 출전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며 “여름 내내 체력을 보강했고 바퀴 썰매로 기본기를 익히면서 조금씩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은 겨울을 맞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처음 본 아이들은 신기한 듯 소리를 질렀지만 평창의 겨울은 낭만과 거리가 멀었다. 이 사무처장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에 얇은 전용 수트를 입고 썰매를 타다 보니 아이들은 살갗이 부르트기도 했다”며 “추위에 내구성이 생겨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는 게 참 안쓰러웠다”고 돌아봤다.

굴하지 않은 태국 청소년들은 루지 입문 5개월 만에 첫 대회인 제1차 콘티넨탈컵에 나섰다. 청소년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이 대회에서 티라파트는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2023년 유럽 전지훈련을 떠나 기량을 갈고닦았고 제3차 콘티넨탈컵과 독일에서 열린 주니어월드컵 등 네 차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지도했던 김동현 강원도청 코치는 “한국에서 루지를 배운 이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게 돼 기쁘다”며 “두 선수가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치고 또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애틋한 마음만 가득하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