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은 우리의 주적”이라면서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어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한반도와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공세적인 대결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김 위원장은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혔던 터라 입장이 바뀐 배경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말폭탄’은 핵무력을 강화하면서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틀림없다. 새해 들어 지난 5일부터 사흘 동안 백령도 연평도 등의 방향으로 포탄 수백발을 쏘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비춰 볼 때 한층 더 광포한 도발에 나설 것임이 분명하다. 공기부양정을 동원한 서해도서 기습상륙이나 각종 기만전술을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남북간 긴장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의 시선을 평양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수없이 기획도발을 해온 게 북한의 기본 패턴이다. 김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대북제재 해제 등 빅딜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 문제를 미국 안보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기 위해 7차 핵실험 카드를 쓸지도 모른다.
북한이 올 들어 정찰위성 3기 추가 발사와 해군 수중·수상전력 강화, 각종 무인기와 전자전수단 개발과 같은 전방위 도발을 예고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우리 합참은 엊그제 “남북간 지상·해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훈련 재개 방침을 밝혔다. 북한이 이를 핑계삼아 육해공에서 불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스럽다. 우리 군은 철통같은 경계태세와 강력한 응징의 자세로 북한의 전방위 도발 의지를 꺾어야 할 때다. 정치권도 북한의 국론 분열 책동에 말려들지 않도록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