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그립다.” 당연한 마음이 죄가 됐다. 국군포로 출신 북한 주민은 이 말을 한 뒤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다(연도 미상). “배고파서 일을 못하겠다”는 사람은 실종됐고(연도 미상) “살면서 힘들다”고 한 사람은 고문을 받고 사망했다(1988년). 그들도 사람인데 화가 안 났을까. “이놈의 세상 언제 뒤집어지나”(1982년)라고 한 이도, “김정일을 타도하라” 글을 쓴 이도 있었다(2009년). 이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가거나 사형에 처해졌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시민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조성한 작은 북한인권 전시장이 있다. 전시장 벽에 붙은 카드들에는 인권침해 사례가 빼곡히 적혀 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생생한 증언은 분명한 진실의 조각이다.
센터는 25년 전부터 인권침해 증언을 수집해 사건 기록만 8만5814건에 이르는 북한인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북한인권백서도 처음 펴냈다. 센터를 이끌어 온 윤여상(58) 소장은 북한인권운동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자신을 북한인권운동으로 이끈 것이 바로 이 증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 정부에선 부처 이기주의로 정부가 독점하려 해 갈등이 컸다. 2023년 3월 제한적으로나마 하나원 조사에 다시 참여했다”며 “정부가 북한인권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민간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아이러니”라고 했다. 정부가 북한인권을 강조해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반대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인권에 관심을 표명해 기대가 많았으나 오히려 특정 정파 이슈로 고착돼 국민으로부터 고립됐다. 세미나, 강연 등에 참여하는 일반인이 많았는데 현 정부 들어선 일절 없다”며 “일반 국민의 거리감을 적나라하게 체감한다. 정권이 바뀌면 또 반작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칭 ‘국립북한인권센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박물관은 북한 당국을 상대해야 할 정부가 하는 것보다 민간이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입장을 정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라며 “조직 개편 후 통일부가 조직 보호 차원에서 직접 국립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이어 “저 같은 사람은 북한 당국을 상대하는 역할인데 언젠가부터 우리 정부를 상대하느라 힘을 빼 힘들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 이유로는 미래 세대를 꼽았다. “북한인권 문제가 진영화하고 있지만, 20∼30대 연구원들은 그런 차원을 뛰어넘는 인권 가치관이 있다.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책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