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오거돈으로 인한 재보선 공천은 큰 실수”…뒤늦은 이낙연의 반성 [이낙연 탈당 下]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 기자회견서 “당헌 고치며 후보자 낸 건 실수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년간 몸담은 더불어민주당에서 11일 탈당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과오로 인해 지우지 못할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었다며 남아있는 당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있으며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반성했다. 이어 “대선을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거라는 얕은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당헌까지 고쳐가며 결정한 것을 반성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2020년 10월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해 이 중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한 점을 들어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때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됐던 ‘무공천’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당헌이 규정한 것을 ‘후보 공천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게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궤변으로 포장해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당시 당 대표이던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당헌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려웠으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부산에서의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의 지배적인 기류였고, 여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던 3년여 만의 뉘우침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이와 함께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이를 통틀어 “저의 잘못”이라 말한 이 전 대표는 “이를 후회하며, 오늘 결정에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 이름도 없이 헌신해오신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는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본래의 정신과 가치·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고자 새로운 길에 나선다”며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품격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