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출범 3주년을 맞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모습이 초라하다. 초대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20일 끝나는데 후임 처장 인선 논의가 파행을 겪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그제 6차 회의를 열고서도 최종 후보 2명을 뽑지 못했다.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로 2명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추천과 대통령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감안하면 21일 이후 공수처는 당분간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공교롭게 그제 공수처 1호 기소 사안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선고 났다. 공수처가 고교 동창 스폰서한테서 금품·향응 등을 받고선 수사 편의를 봐준 혐의로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지난 3년간 공수처가 공소를 제기한 사건이 고작 3건뿐인데 첫 사건마저도 1·2심에서 연달아 무죄 선고가 났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이다. 검찰이 2016년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해 기소할 때부터 무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지 않았던가.
공수처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출범한 만큼 예견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1호인 검찰개혁 차원에서 2020년 1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여 만든 기관이 공수처다.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색출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출범 이후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소환’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정권에 유리한 수사에 주력했으니 작금의 상황이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150억가량의 예산을 쓰고서도 실적은 형편없다. 직접 공소를 제기한 3건 외에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이 고작 5건에 그친다. 1기 검사로 임명된 13명 대부분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면서 떠나버렸다. 이러니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나 있었겠는가.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이 내분 끝에 부장검사를 고소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독립성에 대한 뚜렷한 의지도, 수사할 능력도 없어 보이니 국민들로서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는 공수처를 없애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다. 하루빨리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장을 맞아 조직을 정비하고 제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독립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