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원생이 기존 우주 이론에 배치되는 고리 모양의 거대 우주 구조를 발견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고리는 센트럴랭커셔대의 박사 과정 학생이 발견한 것으로, 지름이 약 13억 광년에 달해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큰 우주 구조 중 하나다.
‘빅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고리는 이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243차 미국 천문학회 회의에서 관측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에서 9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 맨눈으로 관측할 수 없지만, 밤하늘에서 봤다고 가정했을 때 그 크기가 보름달 15개와 맞먹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링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 고리가 현대 물리 우주론의 기본 가정인 ‘우주론 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론 원리는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에서는 우주 내 물질의 분포는 균일하며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게 보일 것이라는 가정이다.
연구를 주도한 센트럴랭커셔대 박사 과정 학생 알렉시아 로페즈는 “현재 우주론 이론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구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관측 가능한 모든 우주에서 (많아도) 1개 정도의 특출나게 거대한 구조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은 이론적으로 우주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수록 광활하고 특징이 없는 우주 공간이 드러나야 하지만, 빅링은 예상을 벗어나는 초대형 구조 중 하나라고 짚었다. 2021년 마찬가지로 로페즈가 발견한 빅링 바로 옆의 ‘자이언트 아크’라는 구조물도 이 같은 예상 밖의 거대 구조물 중 하나다.
게다가 빅링과 자이언트 아크는 지구에서 같은 거리에 목동자리 별자리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서로 연결된 구조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주학자들은 현재까지 이론상 크기가 12억광년을 넘는 우주 구조물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나, 약 33억 광년에 걸쳐 펼쳐져 있는 빅링과 자이언트 아크는 이 한계치를 넘게 된다.
로페즈는 “이러한 이상한 현상들이 계속 무시당하고 있지만, 더 많은 (관측 결과를) 발견할수록 우리의 표준 (우주) 모델을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우주론은) 최소한 불완전하며, 최대의 경우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하마 고등연구기관 BASIC의 우주학자 제니 와그너 박사는 이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한 우연에 의한 정렬은 아닌 것 같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와그너 박사는 빅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우주론 원리 안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빅링과 같은 거대 구조가 더 많이 발견될수록 우주론의 통계적 타당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거대 구조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향후 우주론 원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