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비판 집회…‘이태원 특별법’은?

“대통령이 배우자 비리 은폐 위해 거부권 행사” 비판
대통령실, ‘이태원 특별법’ 부정적… 거부권엔 ‘신중’

전국민중행동, 촛불행동 등 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소속 약 200명은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배우자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헌법은 물론 공직자 최소한의 기본인 이해충돌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남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집회에는 야권 인사들도 참가해 윤 대통령의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법안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거나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울 때 행사하는 것이지 자신의 ‘50억 클럽’, 부인과 장모의 주가 조작 수사를 거부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비대위원도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종각과 인사동을 거쳐 광화문으로 돌아와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했다.

 

1월 국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특검) 도입 법안의 재표결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이들 법안은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달 5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여론을 주시하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대통령실은 거부권에 대한 공식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여권에서는 특별법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사 이후 5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으며, 용산구청장을 포함해 다수의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손해배상 재판도 진행 중이다. 행정부 산하에 설치되는 특조위에서 대통령 인사권을 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특조위가 수백억원대 예산을 쓰면서도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대통령실은 문제점을 보고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뉴시스

다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이나 방송법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쟁점 법안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태원 참사에서는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데다 유가족들이 특별법 공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부권은 입법권을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지만 반복될 경우 자칫 불통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에 관한 쌍특검법을 포함해 8건의 법안에 대해 4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