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지지율, 민진당 첫 12년 집권 양안위기 때 한반도 정세·경제 영향 비상 대비 새 경제·안보전략 짜길
차기 대만 총통에 ‘친미’·‘독립’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그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는 40.05%의 득표율로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49%), 중도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26.46%)를 제쳤다. 민진당은 2000년 이후 8년마다 정권이 교체되던 관행을 깨고 12년 집권을 이어간다. 라이 당선인의 말대로 올해 지구촌 첫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승리했으니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미·중 간 대리전 성격이 짙었던 이번 선거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한 것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실패한 데다 툭하면 무력시위로 전쟁을 위협했던 중국의 강압적 태도가 외려 역풍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라이 당선인은 대만 독립 의지가 강한 인물로 ‘하나의 중국’ 원칙도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민진당이 대만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 “조국 통일은 필연”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향후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되고 미·중 갈등도 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대만해협 위기 때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와 한국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중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전랑(늑대전사)외교를 노골화하고 전방위 보복에 나서지 말란 법이 없다. 대만해협은 우리 해상운송량의 33%가 통과하고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도 원유 수입 물량의 90%가 수송된다. 중국이 이 수송로를 장악하면 수출입 대란은 피할 길이 없다. 최악의 경우 대만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23.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GDP가 16.7% 감소하는 전쟁 당사국 중국보다 충격이 더 크다. 안보 분야에서도 주한미군이 빠져나가고 한반도 군사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제 양안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 경제·안보전략을 새로 짜야 할 때다. 우선 국제사회에 연대해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저지하는 데 외교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협력 대상과 범위를 미국과 일본을 넘어 호주와 뉴질랜드, 베트남 등까지 확대하기 바란다. 과도한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는 일도 시급하다. 지난해 소재·부품·장비 수입 품목 4458개 중 930개는 대중의존도가 50%를 웃돌고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희소성 광물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전략 광물과 원자재 공급선을 호주,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다변화하며 공급망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