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파문에 대응해 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설치한 ‘정치쇄신본부’의 행보가 출범 초기부터 제대로 꼬였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쇄신본부에 합류한 아베파 소속 의원 10명 중 9명이 정치자금 파티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사히는 “본부장 대리인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전 지방창생상(참의원), 부본부장인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전 농림수산상(중의원) 등 9명이 정치자금 파티 수입 일부를 비자금화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최근 5년간 수백만∼수천만엔으로 요직을 맡은 오카다 의원의 금액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쇄신본부는 비자금 조성 파문과 관련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자민당 파벌의 존재 방 식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져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직접 본부장을 맡은 기시다 총리는 쇄신본부 활동을 통한 “국민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원 구성에서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이름을 올린 의원 38명 중 아베파 소속 의원이 10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아베파가 이번 파문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야당은 물론 자민당 일각에서도 잘못된 인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아사히는 “적격성이 의심되는 의원이 법 개정 등을 의논한다는 것으로 쇄신본부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는 해당 의원 9명의 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자민당의 결속을 강조했다. 그는 “쇄신본부 멤버는 특정 파벌을 고려하지 않고 인선한 결과 무파벌 의원, 여성 의원들도 다수 참여하게 됐다”며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고 당 전체가 논의해 국민들의 신뢰회복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파벌의 존속을 두고는 격론이 예상된다. 쇄신본부 소속 의원 중 10명이 무파벌이고 이 중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파벌 해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재육성 등의 관점에서 파벌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의견도 강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파벌의 효용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파벌의) 폐해”라며 파벌 존속을 전제하지 않는 논의를 주문했다.
NHK방송은 “기시다 총리는 파벌 해소 주장과 이를 부정하는 의견 모두 있다는 점에서 파벌의 역할, 기능 등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을 모아갈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