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 비는 동해 동해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울진 바다 즐기는 죽변스카이레일/해룡 설화 깃든 삼척 수로부인길
낭만과 쓸쓸함. 겨울바다는 그 중간쯤 어딘가에 있다. 매서운 바람은 파도를 더 사납게 만들고 인적 없는 모래사장은 공허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면 손발은 차갑지만 마음은 손난로를 품은 듯 따뜻하다. 올해는 쓸쓸함보다 낭만이 더 많기를 소망하며 겨울이면 블루가 더 짙고 선명해지는 겨울바다로 떠난다.
◆동해 도째비골서 새해 소망 빌어볼까
새해 하면 떠오르는 ‘0순위’ 여행지가 강원 동해시다.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이 바로 동해 추암 촛대바위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건강한 한 해를 소망하며 동해를 찾는 이유다. 그런 동해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아요’가 마구 눌러질 인생샷 명소가 즐비하고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어서다.
해랑전망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위로 쭉 뻗은 길이 85m 해상 보도 교량 해랑은 ‘태양과 바다와 내가 함께한다’는 뜻. 2021년 문을 연 해랑전망대는 바닥을 유리와 구멍이 숭숭 뚫린 격자 구조로 만들어 거대한 너울성 파도가 발밑의 갯바위를 인정사정없이 때리는 풍경을 아찔하게 즐길 수 있다. 전망대 끝에 서니 세찬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든다. 가슴을 짓누르던 이름 모를 슬픔 따위와 작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한 줌의 먼지로 변해 바닷속으로 모두 사라지니 어렵게 체중감량에 성공한 듯 홀가분하다.
전망대는 도째비골에 어울리게 도깨비방망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높은 언덕에 아찔한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왜 도째비골일까. 도째비는 도깨비의 동해 묵호 방언으로 도째비골 언덕은 한국전쟁 뒤 가난한 이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아가던 아픔이 깃든 곳이다.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은 마치 제비집처럼 보였단다. 하루가 멀다 하게 판잣집이 계속 생기는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또 제비”라고 부르면서 도째비골이 자연스럽게 마을이름이 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밤이면 묵호항 어시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불빛이 출몰하기도 했고 판잣집들의 푸르스름한 전등빛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보이기도 했단다.
팍팍했던 그들의 삶만큼이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 높이 35m의 스카이워크 하늘전망대에 섰다. 위에서 보니 아까 지나온 해랑전망대는 영락없이 도깨비방망이 모양이다. 스카이워크는 도깨비 뿔을 형상화한 파란 ‘도째비불’과 영원한 약속을 뜻하는 쌍가락지 조형물로 꾸며져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스카이워크 중간의 슈퍼트리는 버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도깨비나무’로 생명력과 소망을 기원하니 놓치지 말고 새해 소망을 꼭 빌어보도록.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왕복 179m 공중을 달리는 스카이사이클, 길이 87m에 높이 약 27m 원통 슬라이드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가 마련돼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울진 바다 즐기는 죽변스카이레일
경북 울진군 후포리 등기산스카이워크는 겨울바다를 짜릿하게 즐기는 ‘원조 스카이워크’다. 2018년 개장 당시 등기산스카이워크는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로 화제를 모았다. 등기산 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 자연스럽게 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갓바위 공원에서 바다 위로 거침없이 뻗어 나간 스카이워크는 멀리서 봐도 간담이 서늘하다. 그야말로 하늘 바닷길로 폭 2m, 높이 20m, 전체 길이 135m이며 강화유리 설치 구간이 57m에 달한다. 56㎜ 접합강화유리를 설치해 15t 무게도 견딜 만큼 튼튼하니 무서워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카이워크를 따라 걷는다. 발아래로 출렁거리는 깊고 푸른 바다와 갓바위에 파도가 부딪혀 부서지는 하얀 포말은 아찔하면서도 아름답다.
스카이워크 중간쯤 이르면 후포 갓바위가 발아래 펼쳐진다.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영험한 바위라니 새해 소망 하나 빌어본다. 등기산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면 반은 용이고 반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신비로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의상대사를 사모한 당나라 선묘 낭자. 전설에 따르면 선묘는 의상대사를 위해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됐다. 의상대사가 무사히 신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바닷길을 살피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죽변해안 스카이레일을 타면 울진 바다를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죽변항~봉수항 2.8㎞ A코스, 후정해변~봉수항 2㎞의 B코스가 운영되며 죽변 명물인 하트해변,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 죽변등대를 볼 수 있다.
◆해룡 설화 깃든 삼척 수로부인길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전해지며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주인공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때 동해에서 갑자기 해룡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해가’를 부르자,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나왔다. 이런 수로부인의 설화로 꾸민 곳이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다.
높이 51m 승강기를 이용해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에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에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을 만난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들었는데 높이 10.6m, 무게 500t에 달하며 여의주를 문 용은 짙푸른 동해 위로 날아오를 듯 생동감이 넘친다. 언덕을 따라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 등 설화 장면들이 이어진다. 언덕 위에는 십이지신상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나무 조각상과 수로부인 흉상도 설치됐다.
삼척 최북단 증산해변은 일출 명소로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와 해가 설화를 토대로 복원한 정자 임해정이 세워져 있다. 정자 앞에서 설치한 ‘드래곤볼’이 재미있다. 지름 1.3m, 높이 1.67m 구형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새긴 드래곤볼을 돌려 용을 탄 수로부인 그림에서 멈추면 한 해 소망이 모두 이뤄진단다. 또 헌화가 장면에서 멈추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지고 해가 장면이 나오면 마음에 묻어준 사랑이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