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 한·미·일 방어망 더 촘촘해야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 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건전지를 끼우듯 신속하게 연료를 탑재한 뒤 기습 발사할 수 있다.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사전징후 포착과 선제 타격(킬 체인) 등을 포함한 ‘3축체계’를 북한 핵·미사일의 대응책으로 삼고 있는데,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무력화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북한 주장대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면 상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속도, 고도, 사거리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 군은 음속의 10배 이상으로 날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통상 음속의 5배 이상 속도(시속 6120㎞)로 날아갈 수 있고 추격과 요격이 어렵다는 점에서 무기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10이 넘는다면 우리 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PAC-3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PAC-3 요격탄의 속도는 마하 4∼5, 사드 미사일 속도는 마하 8 정도다. 한국은 물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경고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어제 러시아 방문 길에 오른 것도 우려스럽다. 북·러 외교장관은 그간의 무기거래와 기술이전에 대한 평가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에 따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 여부를 논의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사용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이 불량국가 행태를 노골화하는 건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은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이 임박할수록 도발수위를 높일 것이다. 얼마 전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또 다른 도발의 예고편일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불시에 이뤄지는 만큼 우리 군은 빈틈없는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한·미·일 핵·미사일 방어망도 더 촘촘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