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고 평화통일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앞서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민족경제협력국 등을 폐지했고, 대남 선전용 평양방송도 중단했다. 북한의 전략과 움직임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행보다. 김정은의 무모한 결정이 한반도를 매우 위험한 국면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이 무력통일을 시사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오는 4월 남한 총선과 미국 대선 상황을 봐 가며 핵 보유국의 지위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또 대남 노선 변경 책임을 남한에 전가해 내부 분열을 조장하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비친다. 궁극적으론 체제 보장을 받기 위해 미국과의 빅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됐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몇 년 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심지어 2022년 9월 핵 선제공격 법제화까지 했다. ‘비핵화 평화 쇼’를 벌이던 북한의 가면이 벗겨지며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