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높아진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챌린지 영향으로 전 세계인이 한국 라면을 찾고 있다. 챌린지의 중심에는 ‘불닭볶음면’이 있다. 각국에서의 불닭볶음면 먹기 도전 영상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한 번쯤 먹어 봤거나, 먹어 봐야 하는 ‘K라면’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청양고추보다 매운 라면의 등장
16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출시됐다. 당시 평가는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다”였다. 그러나 점차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라며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 퍼져 나갔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조2000억원, 누적 판매량 53억개에 이른다.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삼양식품가 며느리인 김 부회장은 2010년 우연히 서울 중구 명동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고 맛있어하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의 라면을 떠올렸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닭볶음면의 성공 주역’ 김 부회장의 노력을 집중 조명했다. 불닭볶음면은 치즈불닭볶음면과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19종으로 확장했다. 소비자들이 치즈나 참치, 계란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것에 착안했다. 불닭볶음면에 크림소스를 섞어 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 레시피를 바탕으로 2017년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3개월간 3600만개가 판매됐고, 인기에 힘입어 2018년 정식 제품이 됐다.
현지 맞춤형 제품도 고민했다. 미주 지역에선 인기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일본에선 ‘야키소바불닭볶음면’, 중국에선 ‘양념치킨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또 2014년과 2017년 각각 한국이슬람교(KMF)와 인도네시아 울레마협의회(MUI) 할랄 인증을 받았다.
◆‘K매운맛’ 챌린지 전 세계 유행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는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 브랜드는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불닭 브랜드 매출은 6000억원으로, 이 중 해외 매출이 4770억원에 이른다. 현재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 35%, 동남아 30%, 미주 15%의 비중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입소문’ 덕이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를 운영하는 조쉬(조슈아 대럴 캐럴)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했다. 매운맛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얼마나 맵길래’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삼양식품은 챌린지로 쌓은 불닭 브랜드 인지도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 지속적으로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수출 초기인 2017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각 국가의 고등학교, 대학교를 방문해 불닭 부스를 설치하고, 제품 시식과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등의 이벤트를 하며 주 소비층을 공략했다. 2021년에는 불닭 브랜드 뮤지컬 ‘불타오르게, 위대하게’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불닭볶음면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불닭 글로벌 캠페인 ‘플레이 불닭(PLAY BULDAK)’을 통해 댄스 챌린지 ‘미 위 플레이(ME WE PLAY)’를 진행했다. ‘플레이 불닭’ 음악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한 영상을 SNS에 올리는 것이다. 한국, 태국 등 9개국에서 진행한 미 위 플레이 참가자는 약 5만명, 영상 조회수는 약 7억뷰에 이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고민하겠다”며 “먹방 이상의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