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윤석열정부 종교편향 인사에 항의 뜻 전달”

진우스님, 신년 기자회견
“국민 마음의 평화와 행복의 길 여는 데 정성 다할 것”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 적극 보급
오는 9월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 국제 선명상대회’(가칭) 및 ‘2024 대한민국 불교도 결집대회’ 개최
‘5㎝의 기적’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일으켜 세우는 작업 본격화
“종단개혁 30주년 맞아 총무원·교육원·포교원 통합 등 중앙종무기관 조직 대대적 혁신”

“(한국 불교는) 천년을 세우는 간절한 원력으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의 길을 열고, 국민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실천에 온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며 “각박한 일상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각종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을 적극 보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누구나 고요한 산사를 찾아 편히 쉬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선명상 특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대중적 선명상 프로그램 시작 원년이 될 올해 4월 선명상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시범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하반기에는 선명상 특화 템플스테이 사찰을 전국에서 20여 곳 뽑아 운영한다. 아울러 ‘선명상 중앙 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도 나선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진우스님은 “9월에는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 국제 선명상대회’를 개최해 ‘K 명상’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도모할 예정”이라며 “같은 달에 ‘2024 대한민국 불교도 결집대회’(가칭)도 예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불교도 결집대회는 10만명 규모의 불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불교 문화의 진면목을 알리는 동시에 나라의 안녕과 한반도 긴장 완화, 세계 평화 등을 염원하는 자리로 마련될 계획이다.

 

‘5㎝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입불) 작업도 본격화한다.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 남산에서 약 35도 기울어진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cm에 불과한데, 불상을 지지하는 암반이 가라앉고 있어 보존 대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진우스님은 “마애 부처님은 천년을 엎드려 이 땅 중생들의 고통과 함께해 오셨다”며 “올 상반기에 모의 입불 실험이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많은 국민과 불자가 마애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계종은 종단개혁 30주년을 맞아 총무원·교육원·포교원 통합 등 중앙종무기관 조직도 대대적으로 혁신하기로 했다. 진우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조계종은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체제를 통해 한국불교 위상 강화, 각종 종무행정 체계 정립, 승가교육 현대화, 승려 복지제도 완비 등 많은 성과를 쌓아왔다”면서도 “현재 우리 종단은 기존의 조직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역할들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 3원 체제 통합을 포함한 중앙종무기관 조직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기관 3원 체제가 많은 성과를 이뤘음에도 업무 중복이나 소통 과정의 어려움 등으로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데 한계가 적지 않은 만큼 제2의 종단개혁에 버금갈 정도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중앙종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조직개편 논의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3월 임시중앙종회에 종헌 개정안을 비롯한 구체적인 개편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불교계 내부에서 ‘윤석열정부가 불교를 홀대하고 외면하는 인사와 정책을 한다’며 잇단 종교 편향 비판 목소리를 낸 것과 관련해 진우스님도 같은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분(공직자)들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희(불교·불자)가 조금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 임명직 등 (고위) 공직자 분포를 보니까 불자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부(및 지방자치단체)와 어떤 협의를 하는 전국 사찰 등 (불교계) 일선에서는 그런(차별당하는) 점을 많이 느끼고 상당히 억울해 하고, 그 부분을 조사해 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진우스님은 “(공직자들이) 만약 종교적으로 편향된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면 잘못된 것이니 (정부 측에) 시정을 해달라 했고, 편향된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했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불균형이 되면 국민 화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측에서 “종교적으로 편향된 생각은 전혀 없으나 불교계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했다. 

 

이와 연관된 인사인지는 모르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독실한 불자로 알려졌다. 이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불자직원 모임인 대불회의 제2대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분신 입적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재산을 종단에 출연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자승스님의 재산 규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진우스님은 “이제 (재산 출연 잘차에) 착수한 상태라 구체적 내용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