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총선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그제 첫 공관위 회의를 마치고 공천 심사의 주요 기준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천 심사 때 현역 의원 7명은 컷오프(공천배제)하고, 18명은 감점을 줘 경선을 치르도록 결정했다. 동일 지역 3선 이상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 신인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감점하기로 했다. 여당 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총 23명이며 이 중 영남 의원은 12명이어서, 영남·중진 의원에 대한 대폭 물갈이를 시사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당무에 복귀함에 따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공관위도 곧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임 위원장은 그제 성희롱 논란이 제기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현 부위원장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에 성비위 논란이 재점화할 것을 우려해 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내달 초 컷오프 대상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 공천 작업이 궤도에 진입하며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당의 경쟁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표심에 호소할 방법은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해 앞세우는 것이다. 공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국민이 이번 총선에 기대하는 것은 과감한 인적 물갈이를 통한 정치의 혁신이다. 참신하고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 증오 발언으로 극렬 지지층을 부추기고 정치불신을 심화시킨 인물들은 과감히 낙천시켜야 한다. 공천 결과가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면 우리 정치의 앞날이 암울할 것이다. 여야가 고인 물을 걷어낸 자리에 참신한 후보를 채워 넣는 쇄신 공천을 놓고 경쟁하길 바란다.
동시에 공천 과정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불공정 시비는 공천 파동을 낳는다.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친박계의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 공천 파동으로 내분에 빠져 제1당을 놓쳤다. 한 위원장은 ‘공정하고 이기는 공천’, 이 대표는 ‘공정한 혁신 공천’을 강조했는데,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용산 친위대’나 ‘친명 공관위’로 전락하면 결국 선거 패배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