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그를 돌봐온 50대 아들이 같은 날 집안과 아파트 화단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8분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단에 사람이 숨진 채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숨진 남성이 아파트 15층 주거지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의 80대 부친이 안방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은 이들이 이 아파트에 함께 사는 부자지간으로, 아들 A씨가 15년 전부터 치매를 앓는 아버지 B씨를 홀로 극진히 돌봐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A씨 주머니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짧은 메모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안방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와 함께 묻어 달라”는 내용과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아버지 B씨 몸에서 둔기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됨에 따라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감식을 벌인 뒤 정확한 사망시점 등을 확인하는 한편 A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A씨처럼 오랜 간병생활에 지쳐 부모나 배우자, 자녀를 살해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앞서 대구에서는 지난 5일 60대 아버지가 1급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40년간 보살피다 더는 돌보는 것이 힘들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손목을 그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장애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여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식사, 목욕 등 간병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간병 스트레스’를 범행 동기로 보고 있다.
‘간병 살인’ 비극이 잇따르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보험 간병 급여 도입 등 보편적이고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공책임돌봄시스템 로드맵을 하루빨리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공공책임돌봄 입법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