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요구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부터 약속하라”고 맞받았다. 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계에선 그간 계속 추가 유예를 요구해 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유예 요구와 관련해 “여전히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유예와 관련해 3가지 원칙을 반복 제안했는데 어느 하나 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예 논의 조건으로 △정부 사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안전 대책 마련 △2년 뒤 모든 기업 법 적용 약속을 내건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어떤 준비도 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적용 유예 여론몰이를 하다가 열흘 앞두고 국회 보고 (법 개정을) 처리하라니, 일방 통보하는 수준”이라며 “국회가 무슨 ‘통법부’냐”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위한 구체적 계획부터 내놓는다면 유예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청은 중대재해법 이행과 산업현장 안전관리·감독을 책임지는 기구다.
민주당이 이 같은 조건을 재차 내걸었지만 여권과 경제계에선 이를 두고 “협의 거부를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추가 유예에 대해 양대 노총이 강하게 반발하는 터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부 여당 요구에 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전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문에서도 “(민주당이) 조건부 합의를 운운하며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