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워싱턴 현장서 바라본 트럼피즘

트럼프 지지세 이전보다 확장
계층·인종 떠나 민심 변화 뚜렷
포괄·전략적 동맹국가인 한국
美 근본변화에 대한 이해 필요

2024년은 선거의 해다. 대만, 한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많은 국가들에서 주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특히 ‘세계의 선거’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많은 국가들은 비전통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이슈들을 경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 행정부 1기나 바이든 행정부 1기 출범 당시 때보다 트럼피즘은 더욱 확산되고 강력해졌으며, 이제 트럼피즘은 일시적인 행정부의 개념으로 특정하기보다 이제는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로 정착하는 형태가 됐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2024년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출범하든 더욱 강해지고 확산된 트럼피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전제이다.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의회나 사교클럽 등에서 오랜 교류를 토대로 트럼피즘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신화를 바로잡고자 한다.



첫째, 트럼피즘은 대체로 미국 중서부 남부 지역의 고졸 이하의 제조업에 종사했던 백인 노동자 계층이 주요 지지기반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바이든·트럼프 대선 이후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의 평균소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소득이 전체 유권자 평균소득을 무척 상회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 대도시 대학 졸업자 및 유색 인종 등으로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히스패닉, 인도 이민자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이전 선거와 다르게 다수로 변화했고, 아시아 및 흑인 유권자들로부터도 일정 지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샤이 트럼프들이 이제는 트럼프 지지를 밝혀도 되는 분위기로 변화해 온 것이다.

둘째로 전문직 등 화이트칼라 계층에서도 이전보다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트럼피즘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이민 경제 세금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이슈에서 이슈를 선점해 가면서, 이전보다 고학력 사무직 전문가 계층에서도 지지세를 확장해 왔다. 기존 민주당 공화당의 엘리트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분위기가 일정 부분 변화해 온 것이다.

셋째로 트럼피즘은 이전에 엘리트 기반의 민주당, 공화당 및 전문가 그룹, 언론인 등의 여론 주도층이 미국 일반 서민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오지 못했다는 반엘리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트럼피즘은 단순히 특정 지도자가 선동을 통한 포퓰리즘이라는 톱다운(Top Down) 방식만이 아니라, 서민들의 분노 표출과 응집의 역할 즉 보수주의 티파티(Tea Party) 운동으로 상징되는 바텀업(Bottom Up)으로 반영된 것이다. 즉 현재 강화되고 확산된 트럼피즘은 트럼프라는 특정인이 아닌 트럼프로 상징되는 사회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트럼피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를 떠나 트럼피즘을 상징하는 정치인의 변화만 있을 뿐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초 미국은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8년 금융 위기 등을 겪으며 진보와 보수에서 각각 새로운 물결이 일어났다. 진보에서는 민주당이 더욱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월가 시위 등을 중심으로 한 1:99 운동으로, 보수에서는 기존의 엘리트, 재벌 중심의 공화당이 아닌 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경유착을 넘어서는 티파티 운동으로 진행되어 왔고, 트럼피즘으로 상징화됐다.

미국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오바마와 클린턴의 민주당, 레이건과 부시의 공화당에 대한 기존의 경험과 이해를 넘어서야 한다. 트럼피즘 2.0은 선거를 중심으로 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