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 지금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어서 책값보다 훨씬 큰 돈을 받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허용돼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냐”라며 “누군가는 언젠가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정치자금 모금은 규제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야당들도 호응해 선거철만 되면 논란이 되는 출판기념회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손을 보기 바란다.
돈봉투를 받는 창구로 변질된 출판기념회가 논란이 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받을 수 있는 후원금에 대해 세세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정작 후원금을 ‘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밖의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팔아 얻는 돈은 저술활동을 통해 버는 수입으로 간주해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 대한 유일한 규제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한다’는 공직선거법 제103조 5항이 전부다. 정치자금 유입 통로가 됐는데 자금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출마자들은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 이 때문에 출마자들은 책값을 대부분 현금으로 내기를 권하고, 참석한 사람도 그것을 관례처럼 여긴다. 책 1권의 값은 1만∼3만원 정도이지만 정가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가 봉투에 얼마를 넣었는지는 책을 판 사람만 알 뿐이다. 기업인 등 이해관계자들은 책값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을 내는 경우도 있어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자택 압수수색에서 3억원의 현금다발이 나오자 수년 전 출판기념회 수익금과 부의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출판기념회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는 일이다. 정치 신인에게는 이름과 정치적 철학 및 소신을 알릴 기회여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1000만원씩 주고 책을 대필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많게는 수억원을 챙길 수 있는 수단이 됐다면 서둘러 바로잡는 게 정상이다. 부정적인 측면만 보고 출판기념회를 없애라고 할 수는 없는 만큼 적어도 책 정가 판매, 책 현금 구매 금지, 수익금 과세 방법 등에 대한 관련 입법이라도 만들어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