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을 권역별로 10% 이상 컷오프하기로 한 공천룰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가 술렁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인사들은 속속 양지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외력이 개입되지 않는 ‘시스템 공천’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공천’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검사 출신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18일 서울 송파갑 출마를 선언했다. 석 전 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40년 지기’ 친구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석 전 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친소관계와는 관계없이 그동안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며 “서울 동부 지역에서도 우리 여당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송파갑은 김웅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곳으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대표적인 우세 지역구로 분류된다. 석 전 처장 개인적으로는 배우자 박영아 전 의원이 16년 전에 당선된 지역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석 전 처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 인사가 좋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모습은 정부·여당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했다.
석 전 처장 외에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등 여당 텃밭에 대거 출사표를 냈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의 해운대갑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부산 수영에 출마 선언을 했다.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서울 강남갑,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서울 서초을 출마가 거론된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서초을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홍문표 의원 지역구인 충남 홍성·예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검토 중인 인사들도 있지만, 이 역시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가 거론되지만, 이곳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를 16.1%포인트 차로 이긴 곳이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서울 영등포을도 윤 대통령이 12.1%포인트 차로 이겼다.
민주당 지역구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조직을 관리해온 원외 인사들 사이에선 ‘스타 정치인’이나 외부 인사가 전략 공천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하는 인천 계양을의 윤형선 전 당협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계양구민들 사이에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전날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발표하자 김성동 전 당협위원장이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당원 명부 접근권 등 형평성 차원에서 전국 당협위원장 사퇴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