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재판, ‘피해 여성의 일관된 진술로 유죄’ 선고 관행 제동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뉴시스

성범죄 재판에서 증거 없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근거해 유죄 선고가 내려지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다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 있을 때, 가해자가 반박을 못 한다고 해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는 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앞선 18일 채널A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로 유죄가 선고된 건 지난 2018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였다.

 

당시 대법원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을 내놨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없다면 믿을 수 없다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 판결은 이후 많은 성범죄 관련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최근까지도 그런 경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달 초 대법원은 별도의 성추행 사건을 판결하면서 기존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제한 없이 증거로 인정하거나 또는 그 진술에 따라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성범죄 재판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거로 내다봤다.

 

그간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질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말로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무고(誣告)는 수사와 재판 과정을 방해해 정의(正義)의 공백을 초래하는 걸 넘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꿔 정의 자체를 뒤집는 중대범죄다.

 

이런 무고 범죄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연간 무고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3617건에서 2019년 4159건, 지난해 4976건으로 늘었다. 7년 새 무려 38%나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를 남발한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고·위증 사범 16명을 기소하고 2명을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이 범죄 혐의가 없는 시민을 허위로 고소하는 무고 사범과 재판정에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위증 사범을 ‘사법질서 방해사범’으로 규정해 4개월간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다.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2년 10월~12월 사이 “채팅 어플을 통해 알게 된 남성 6명에게 각각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전부 허위로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A씨가 과거에도 상습적으로 성범죄 관련 허위 고소를 했고, A씨에게 고소당한 남성 6명에게는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를 포함해 무고 혐의로 기소된 사범은 총 2명이다.

 

대구지검 김천지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법질서 방해사범을 엄단하고 법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