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정권” vs “공개 협박”… 국회의원 끌어낸 대통령 경호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성희 의원 “尹에 ‘국정기조 바꾸라’ 했을 뿐”
대통령실 “경호상 위해 행위 판단…퇴장 조치”
진중권 “자꾸 사건을 만들려는 운동권 버릇”
이준석 “목소리로 사람을 해할 수는 없다”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던 진보당 강성희 의원(전주시을)이 대통령경호처 경호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한 상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영상이 유튜브 등으로 공개되며 “과잉 경호”라는 측과 “위해 행위”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경호상 위해 행위로 판단해 퇴장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입장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상황이었고 강 의원이 악수했을 때 소리를 지르며 대통령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강 의원이 잡은 손을 본인 쪽으로 당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경호처에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 의원을 퇴장 조치했다”고 말했다.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내보내는 조치가 적절했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대통령과) 분리된 이후에도 계속 손나팔을 만들어 고성을 지르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사에 참석한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영상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에서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이 바이든 날리면 2탄을 만들고 싶은 건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과 손을 잡은 것은 잠깐에 불과”하다면서 “그리고 이미 손을 놓았고, 무슨 손을 잡아서 힘을 줬다, 내 쪽으로 대통령을 끌어당겼다, 이런 여러 가지 얘기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도 영상에 보면 대통령이 자기 갈 길을 그냥 잘 간다”면서 “그러고 나서 입이 틀어 막히고 쫓겨나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19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과·경호처장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野 “폭력정권” vs 與 “공개협박”

 

여야는 사건 다음날 원인과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폭력정권”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고, 국민의힘은 강 의원이 애초에 “불미스러운 돌발 행동”으로 원인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입을 틀어막고 끌려나가는 것을 뻔히 눈으로 보며 용인한 것”이라며 “폭력정권,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회 운영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운영위에 나와 당시 상황과 대처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과 윤 대통령의 악수가 끝난 후에 제압이 시작된 것은 영상과 현장 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인된다”며 “윤 대통령이 이제 국민의 시각을 시험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강성희 의원 과잉제압 논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현안질의를 위한 국회운영위 개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당사자인 강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나갔고, 나는 경호 요원들에게 압박을 계속 받는 상태에서 ‘대통령님 국정 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 얘기를 다시 한번 한 것”이라며 “그 뒤에 바로 ‘사지를 들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진보당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윤 대통령의 공포정치를 폭력으로 실행한 경호실의 난동”이라며 “윤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경호처장을 파면하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 의원이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비판 발언을 한 것부터가 “공개협박”이라고 규정하면서 경호처의 조치를 옹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러 간 축제의 장인데, 행사 성격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고 의도적으로 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전날 현장을 목격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하던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채 연이어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이 당황해서 ‘손을 좀 놔 달라’고 할 정도였다”며 “강제 퇴장시킨 것은 불가피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적절한 조치” vs 이준석 “과도한 경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강 의원을 향해 “자꾸 사건을 만들려고 하는 운동권 버릇”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의) 손을 놔주지 않고 당기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고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대통령실이 강 의원을 강하게 진압한 게 적절한 조치였다고 했다. 그는 “영상만 가지고는 상황 파악이 잘 안 되지만 대통령 경호처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도 있었는데 대통령 경호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이날 행사장에서의 강 의원 행동이 부적절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일반 행사장에서도 소리치면 끌려나가는데 국회의원이면 점잖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며 “더구나 (해당 행사장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였지, 의사 표현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운동권도 아니고 행사장에서 뭐 하는 거냐”며 “그런 식으로 도발하고 시비 걸고 정치 문제화하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 지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왼쪽),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 CBS 라디오 유튜브 방송 캡처·연합뉴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아니라 어느 국민이라도 국정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지가 들려 나갈 이유는 없다”고 적었다. 이어 “경호상의 위협이었다면 다른 제지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목청이 커도 목소리로 사람을 해할 수는 없다”며 “입을 막은 것은 실체적 위협에서 대통령을 지키는 목적보다 대통령 귀에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심기 경호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우리는 과도한 경호에 익숙해진 지도자들이 걷던 길과 그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이 불편했겠지만 역설적으로 지난 보궐에서 그가 당선된 것은 대통령이 국정을 올바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오늘 일로 그를 4년간 더 국회에서 볼 확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