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도발했다. 이번에는 핵탄두를 탑재한 뒤 수중폭발시켜 우리의 군 항구 등을 기습타격할 수 있는 핵 어뢰 ‘해일’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그제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이 도발적인 군사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대응조치로 개발 중인 핵 어뢰 해일-5-23의 중요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핵 어뢰 해일 시험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지난해 세 차례와 달리 발사장소나 잠항 거리, 잠항 시간 등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기술이 상당히 진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백악관은 “그간의 북한 움직임을 볼 때 북한의 위협이 향후 10년 안에 성격이 급격하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도발이 전방위적이고,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사흘 동안 서해에 포격을 하더니 며칠 뒤 대한민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지었고, 나흘 뒤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번에 9개월 동안 준비해온 해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추가 도발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의도적인 국지전을 펼치고 나아가 7차 핵실험 카드까지 동원할지 모른다.
갈수록 속도가 붙는 북·러 간 밀착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에 따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방이 조기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크레믈궁은 “외교채널을 통해 조율 중이고 확정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푸틴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그는 엊그제 작금의 남북관계를 언급하면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제 핵버튼까지 누르려는 상황인데 “우리”라는 얘기가 나오나. 김정일·김일성이 평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 있기나 한가.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향해서 “평화의 안전핀을 뽑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쪽은 북한인데, 마치 대한민국 정부가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말하니 기가 찰 일이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여야는 초당적인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다.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노리는 것도 남남갈등 아닌가. 이 대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