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0% 줄었다. 조업일수(0.5일차) 탓이라지만 월간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째 이어오던 증가세가 꺾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출은 지난 한 해 동안 7.4% 줄어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심각한 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퇴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 등 한국 6대 첨단전략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8년 8.4%에서 2022년 6.5%로 4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점유율 순위는 2018년 중국 다음 2위에서 4년 새 5위로 추락했다.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5위(5.9%)에서 3위(8.1%)로 약진했다.
세계 반도체수출액이 무려 32.8%나 늘어났는데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외려 줄었다. 반면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선전 탓에 대만의 점유율은 크게 높아졌다. 2차전지도 한국 점유율이 12.7%에서 7.6%로 뚝 떨어진 반면 압도적 1위인 중국은 25.9%에서 43.6%로 급등했다. 한국이 과거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분업구조에 안주하다 미·중갈등 격화로 급변하는 공급망 재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국은 이미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술경쟁력도 높아져 중간재 수출을 통해 누렸던 중국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은 매년 5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중국에서 지난해 180억달러 적자를 봤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 전쟁 상황에 맞춰 수출전략을 새로 짜야 할 때다. 우선 과도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시장을 인도와 아세안, 호주,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는 게 시급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꾸준히 확대해 수출 영토를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 수출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로 앞서 있는 기술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우리의 강점인 융합형 제품·산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첨단산업이 국가 간 경쟁으로 변한 만큼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고 세제, 금융, 예산 등 전방위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