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 선거공약, 내가 주도적 설계"

李 ‘대장동 재판’ 35일 만에 재개

유씨, 개발 초부터 李와 공모 강조
이측 “학계·전문가 의견 종합” 반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공전된 ‘대장동 재판’이 약 한 달 만에 재개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재판에 나와 개발 사업 초기부터 이 대표와 공모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23일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및 배임 혐의 11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달 5일 유씨의 교통사고와 이달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재판이 35일간 공전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뉴시스

이날 재판에선 유씨에 대한 이 대표 측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등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유씨 사이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데 주력했다. 반면 유씨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 캠프에서 건설 관련 공약을 주도적으로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등 둘 사이의 공모 관계를 강조했다.



유씨는 “(2010년) 이재명 선거 캠프에서 3일 꼬박 공약사항을 다 작성했다. 이재명이 그때 그 공약집을 넣어서 출판기념회를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일을 같이 도왔던 성남시 공무원이 (선거 이후) ‘선거를 도왔는데 부르는 곳이 없다’며 푸념하는 전화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 변호인이 “공약은 이재명 후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만들었다. 어떻게 증인에게 일방적으로 만들라고 맡겨 놨냐”고 되물었다. 유씨는 “선거라는 게 사람들 욕망을 해소해 주면서 표를 얻는 것 아니냐”며 “정략적으로 1공단 공원화나 이를 위한 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정진상과도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왼쪽), 김용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뉴시스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에 대해서도 “이재명과 정진상,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저 넷이서 주도해 만들었다”며 “정진상과 제가 방안을 도출하면 이재명이 결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와 유씨가 법정에서 대면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질문이나 답변이 오가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오후 재판에서는 재판부 허락을 받아 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