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친 190회 찔러 살해…유족, 징역 17년에 분노

가해자 진술 번복에…유족 측 ‘계획범죄’ 주장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오른쪽)에게 흉기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 유족은 피해 여성 얼굴 등을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결혼을 약속한 동거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피해자 유족은 “납득할 수 없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김신유 지원장)는 지난 1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24일 오후 12시59분쯤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다 20대 여성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회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자해하고 112에 신고해 범행 사실을 알렸다.

 

결혼 날짜를 잡고 B씨와 동거 중이던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 범행이 매우 잔혹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징역 2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데다 유족보호금을 피고인 가족이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은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수시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반박했다. B씨 어머니는 전날 JTBC에 “프로파일링 조사에서 가해자가 ‘회사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집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은 가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며 “가해자가 범행 장소인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과 범행 후 경찰에 신고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20분 만에 살해와 가해자의 자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있었던 이웃들은 사건 일주일 전에 이사한 상황이었고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가해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도대체 왜 살해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준 ‘유족 위로금’으로 인해 A씨가 감형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당시 “모든 구상권은 국가로 한다. 가해자와는 개인 합의를 보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쓰고 4200만원을 받았는데, 이 위로금이 구조금으로 바뀌면서 국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B씨 어머니는 “대체 어느 부모가 4200만원을 받고 아이 목숨을 내주겠냐”며 “1형 당뇨를 앓는 등 한평생 아팠던 24살 딸이 마지막 순간에도 고통스럽게 갔는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A씨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B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 측과 A씨 측 모두 1심 판결에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