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김건희 명품 백 사과’를 제기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 사퇴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친윤(친윤석열)계 일부의 사퇴 요구를 거듭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건희 리스크 관련 입장이 변했느냐’는 질문에는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 사퇴에 부정적인 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한동훈 비대위가 ‘식물 비대위’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이 용산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거취를 정리하게 된다면 비대위의 가장 큰 과제로 꼽혔던 ‘수직적 당정 관계 탈피’가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한 위원장에 실망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이 여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김 비대위원 같은 사람 하나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얻고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나. 야당이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 아바타임이 확인됐다’고 공격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 위원장으로선 김 비대위원은 자신이 제기한 ‘86 운동권 청산’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