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무대서 中 탈북민 북송 문제 제기… 일회성 그쳐선 안 돼

정부가 그제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중국에 대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회의에서 탈북민의 강제송환 금지를 촉구했다. 정부가 UPR을 통해 공식적으로 탈북민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주기로 열리는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는 정례 인권 검토의 장이다. 해당국의 인권 문제를 조명하고, 공개적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행사여서 인권 단체들과 서방 선진국들의 관심이 높다.

중국은 2009년, 2013년, 2018년에 이어 올해 4번째로 UPR 대상이 됐다. 2018년 중국의 3차 UPR 회의 당시 탈북민 문제에 소극적이던 문재인정부는 아예 관련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2차 UPR 회의 때는 현장 발언을 통해서만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 원론적인 난민 보호 문제를 거론하는 데 그쳤다. 어느 나라보다도 이 문제를 적극 거론했어야 할 나라가 한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책임을 방기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중국에 대한 UPR 회의에서 탈북민 인권과 강제송환 문제 등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벌어진 탈북민 대거 북송 사태 이후 국내외에서 분노와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윤석열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북한 비핵화만큼 중요한 국정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조용한 외교’를 내세운 외교부는 물론이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항의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다가 이번에 그 기조를 바꾼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198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중국은 줄곧 탈북민은 ‘불법 체류자’일 뿐 ‘난민’이 아니라는 논리로 강제북송을 정당화해 왔다. 구금·고문·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강제북송 조치는 반(反)인도주의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와 연대해 중국이 야만국가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이번 UPR 회의에서 우리 말고는 영국과 체코가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국제사회 관심을 더 끌어올릴 방안 마련과 외교력 발휘가 절실하다. 아직까진 북한과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다수가 중국의 인권 정책을 옹호하거나 찬사를 보내지만, 유엔 무대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중국도 국제사회 평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탈북민 강제송환 금지 요구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