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기업의 배상책임을 가릴 때 유해물질과 피해 사이의 개연성만 증명돼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충남 금산군 주민 황모씨 등 19명이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A사는 이번 판결에 따라 주민들에게 각각 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A사는 2016년 6월 충남 금산군 내 공장에서 불화수소를 싣는 작업을 하던 중 하역시설 내부와 외부로 3000㎏ 이상의 불산을 누출하는 사고를 냈다. 누출된 불산 일부는 증발해 약 33.04㎏ 상당의 불화수소가 기체 상태로 확산했다. 이후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침과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등을 호소하면서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주민들은 이듬해 2월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도 이 법에 따라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등이 이 사건 이후부터 집단적으로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을 호소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고로 인한 신체적, 재산적 피해 우려, 유사한 사고 재발의 우려 등으로 인해 원고 등에게 장애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 각각에 대해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회사 측이 항소했지만 2심은 손해배상금을 700만원으로 상향했고 대법원도 이런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 사건에서 기존 선례에 비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부담을 완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