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위스키 수입 성적이 나왔다. 수입 금액은 전년 대비 2억5957만달러(-2.7%) 감소했다. 그런데 물량은 이야기가 다르다. 총 3만586t으로 작년 대비 무려 13.1%나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성장한다면 금액과 물량이 같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첫 번째로 고가 위스키에 대한 국내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에서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작년은 밀렸던 해외여행을 다니던 시기.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해외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소를 알려 주고 있다. 특히 세금이 많이 붙는 고가 위스키는 국내 가격의 50%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위스키 관련 세금이 부가세를 포함해 출고가의 160%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위스키 구매를 안 하는 것이 아닌, 구매처가 국내에서 해외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외식 시장의 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식 후 2차 시장이 축소되고, 회식을 진행한다고 해도 오후 9시 전후로 마무리가 된다. 그렇다 보니 밤늦게 위스키를 마시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또 불황으로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도 외부에서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
네 번째로는 다시 돌아온 해외 교육이다. 단순한 해외여행이 아닌 어학연수, 해외 유학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최근 유학원들은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해외로 많이 나가니 당연히 잉여 자금이 적어지고, 이러한 상황이 위스키 소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소비할 사람이 국내에 없다. 그래서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여행 시장도 힘든 상황이다. 즉 모든 것이 코로나19 이전, 또는 그보다 더 심한 불경기로 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비교적 저가 위스키들이 유행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가 위스키들은 위스키의 맛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주로 탄산을 넣어 하이볼로 많이 마신다.
그래서 고가보다는 주로 저가의 위스키를 많이 사용한다. 어차피 레몬이나 탄산수 등으로 맛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즉 위스키 시장이 밤늦게 마시는 2차 시장에서 식사와 함께하는 1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때 사라졌던 유흥 시장이 살아나면서 저가의 기타 위스키 등 수입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물량이 증가한 대표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만큼 유 흥시장이 다시 부활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물량이 많아지고 저가의 위스키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위스키 전체에 대한 저변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위스키는 부유층만 즐기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과음을 피하며 음식과 함께 즐기는 편안한 술이 되어 가고 있다. 위스키 시장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