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술 먹고 잡은 핸들에 발목 잡힌 의원님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사고라 하여 가볍게 처벌되어서는 안 됩니다.’(2018년 10월, 윤창호씨 친구가 올린 국민청원 中) 

 

20대 청년 윤창호씨는 2018년 9월 25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 해 11월 9일 끝내 숨졌다. 그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관련 법 개정을 호소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결과 윤창호법이 시행돼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최소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경찰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음주운전 사고로 한해 214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4261명이 다쳤다. 이는 2021년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사람(206명)과 비교하면 3.8% 증가, 다친 사람(2만3653명)은 2.5% 늘어난 수치다.

 

음주운전 사고와 예방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고, 공무원 임용과 총선 및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도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지만 21대 국회의원 중 총 22명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음주운전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공천룰에도 중요 기준으로 입에 오르며 현역 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이 술 마시고 잡은 핸들이 이제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됐다.

(왼쪽부터)허은아 전 의원, 이용선, 김철민 의원. 연합뉴스

◆현역 22명·예비후보 141명이 음주운전 전과

 

25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 자료에 따르면 21대 현역 의원 300명 중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의원은 총 22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 각각 11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철민·박용진·서영석·설훈·송갑석·신정훈·윤영덕·이용선·최인호·허영·허종식 의원이고 국민의힘은 강대식·구자근·김성원·김형동·김희곤·박성민·유의동·이양수·이상민·이주환·조해진 의원이다. 음주운전 전과가 2개 있는 허은아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원직이 박탈된 상태다. 음주운전 전과가 1개 있는 이상민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다.

 

특히 허 전 의원뿐만 아니라 이용선 의원과 김철민 의원은 음주운전 전과가 각각 2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후보자들이라고 다를까. 선관위 공개자료를 보면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자 1143명(18일 기준) 중 전과를 보유한 예비후보는 430명에 달했다. 전체 후보자의 37%가 넘는 수치로 3명 중 1명이 범죄자인 셈이다. 특히 음주운전 전과를 보유한 예비후보는 141명으로 집계됐다. 2건 이상의 음주운전 범죄를 기록했거나 음주운전 후 면허정지·취소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돼 무면허운전 전과까지 가지게 된 후보도 다수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음주 측정거부’나 구체적인 죄명을 기재하지 않은 예비후보들까지 포함하면 음주운전 전과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공천 부적격 사유 중 음주운전 세부 기준을 ‘선거일부터 20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윤창호법 시행 이후 1회라도 적발’로 정했다. 최근 현역 물갈이론으로 관심을 받는 보수의 성지, TK(대구·경북)로 가보자. 이곳 국회의원 중 2명이 음주운전 전과를 갖고 있다. 바로 음주운전 2건의 구미시갑의 구자근 의원과 음주운전 1건의 대구 동구을 강대식 의원이다.

 

이른바 돼지머리 고사상 이슈로 기소의견 송치된 구 의원은 음주운전 전과 등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구 의원은 1994년과 2005년 음주운전으로 각각 100만원과 15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또 강 의원은 2013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5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10년 이상 시간이 지나 부적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구자근 의원

경북지역의 한 현역의원은 “현역 하위 10~30%를 경선득표율에서 20% 감점한다는 게 당의 방침인 상황에서 감점요인 자체가 공관위 심사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시효가 지난 음주 등 전과가 당장의 공천배제를 결정하는 요인은 안되더라도 현역에게 불리한 룰안에서, 도덕성에 감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은 음주운전 재범신당”

 

음주운전 관련 전과는 현재 시스템 공천을 천명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서도 주된 관심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룰로 만든 5대 혐오범죄규정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음주운전 전력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5대 혐오범죄 규정은)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던데, 정확하게 이재명 대표만 거기 걸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5대 혐오범죄’ 중 음주운전에 대해선 ‘선거일부터 15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18일 이후 1회라도 적발’의 경우 예외 없이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 대표의 경우 음주운전 전력이 있지만 2004년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기에 20년 전으로,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수락연설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전달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심사 기준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과거 본인의 형수 욕설 논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운전 이력, 도청 공무원 초밥 셔틀 갑질 등 이미 공천에서 배제하고도 남을 이유가 넘쳐난다”며 “여러 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당 대표에게도 ‘5대 혐오 범죄’ 공천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예찬 국민의힘 전 청년최고위원도 허은아 전 의원 음주운전 이력 등을 겨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 측에서는 공천 떨어진 분들을 이삭줍기해서 가겠다는 건데 공천 떨어진 분들 이삭줍기가 도대체 어떻게 개혁인가”라며 “그래서 제가 이 당을 도저히 개혁신당이라는 못 부르고 그냥 갈비 신당, 음주운전 재범 신당 이렇게밖에 못 부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허은아 전 의원이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잠재적 살인미수라 여기는 분위기와 함께 2018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통과됐지만 다수의 후보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과 경력을 갖고 있다”며 “최근 높아진 유권자의 도덕성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