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교사에게 자녀가 ‘왕의 DNA’를 가졌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는 등 갑질 의혹이 불거진 교육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몇 달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초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 A씨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2433명의 탄원서를 일주일간 모아 전날 세종 남부경찰서에 제출했다.
초등교사노조는 “지난해 세종시 초등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A씨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재발방지서약 및 서면 사과문을 제출하라는 처분을 내렸다”며 “그러나 A씨는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을 서면 사과문이라며 학교에 제출하는 등 여전히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A씨로 인해 담임 교체, 직위 해제, 학교폭력 조사, 경찰 수사, 시청 조사 등을 당한 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 교사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다”며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A씨를 엄벌에 처하는 일이 피해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그분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자녀의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교체된 담임 교사에게는 공직자 통합 메일로 “이전 담임 교사가 내 아동학대 신고로 바뀌었다”라는 내용을 알려 논란이 됐다.
A씨가 새로 온 담임교사에게 보낸 메일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알아듣는다”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칭찬은 과장해서, 사과는 자주, 진지하게 해달라”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하게 강요하지 않도록 해달라” 등 아홉가지 요구 조항이 담겨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논란이 불거지자 A씨를 직위해제하고 조사를 진행했으며, 품위 유지 위반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당시 A씨는 사과문을 내며 ‘왕의 DNA’라는 표현은 아동 치료기관 자료의 일부이며 자녀의 담임교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동학대 신고로 교체됐던 교사는 경찰에 A씨를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한 상태다. 해당 교사는 지난해 3월 경찰과 검찰에서 각각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 이후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권 침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교육부가 징계 의결을 요구한 지 4개월 넘게 중앙징계위는 아직 A씨에 대한 징계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 측 법률대리인은 “해당 건은 교권 침해 중대한 건이지만 대기 발령 외에 어떤 징계 처분도 내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언론에 배포된 서면 사과문 외에 직접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부 측은 “인사혁신처 중앙 징계위에서 60일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절차와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A씨는 직위해제 된 상태일 뿐 아직 징계 수위 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엄벌 촉구 탄원서가 더 모이는 대로 추가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