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방송3법·노란봉투법이 21대 국회 후반기 ‘디딤돌 법안’으로 선정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5일 21대 국회 후반기(2022년 6월∼2024년 1월)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법안 가운데 우리 사회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디딤돌 법안 11개를 선정해 보고서로 발표했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코인)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공직자윤리법·국회법 개정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참여연대는 “하루 평균 거래액이 3조 원에 이르는 가상자산이 뒤늦게나마 주식·부동산과 같이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대상에 포함돼 법 제도의 사각지대가 상당히 해소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역 의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가상자산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고, 독립생계를 사유로 ‘고지 거부’한 공직자 가족의 가상자산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개선 과제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8건 중 5건을 디딤돌 법안으로 선정됐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KBS·MBC·EBS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이태원 특별법도 디딤돌 법안으로 선정됐다.
참여연대는 21대 국회 후반기에 대해 “여야 간 타협과 협상보다 강 대 강의 실력대결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갈등의 조정과 규범 생산이라는 국회의 기능이 취약해짐에 따라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도 디딤돌 법안으로 선정됐다.
디딤돌 법안에 반대되는 ‘걸림돌 법안’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8개 법안이 선정됐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걸림돌 법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4개로 참여연대는 이를 ‘부자감세 4법’이라고 칭했다. 참여연대는 “심화하는 양극화와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과 세제를 대폭 개편해 국민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는 방기한 채 재벌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혜택 주는 감세를 강력히 밀어붙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2012년 18대 국회 때부터 개혁성, 반응성, 민주성, 투명성 등의 4개 측면에서 점수를 매겨 디딤돌 법안과 걸림돌 법안을 정기적으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