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총선에서 경북 경산에 출사표를 던진 류인학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매일 아침 18㎏에 달하는 갑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무거운 장군 갑옷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지만 이른 아침부터 유세현장과 식당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장군 갑옷을 입고 지역 곳곳을 누빈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우리 경산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며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갑옷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예비후보들이 이색 총선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들과는 다른 전략을 택한 후보들을 만나봤다.
◆“내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 장군님 된 예비후보
지난 20일 세계일보 기자와 만난 류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제22대 총선 전쟁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 갑옷을 입은 장군 복장을 하고 전통시장과 각종 행사나 모임을 찾아가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18㎏ 달하는 갑옷이 무거울 때가 많지만 많은 유권자가 알아봐 주시고, 또 그 의미를 물으면서 저의 진정성을 느끼시는 등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거운 갑옷을 입고 동네 마트에서부터 전통시장, 관공서, 경로당 등 지역 곳곳을 누빈다. 그의 독특한 복장을 본 일부 유권자들은 “이벤트성이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곤 한다. 하지만 그는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 단 한 번도 이 갑옷을 벗고 유세현장을 다닌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전쟁 등 각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갑옷을 입고 출마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는 경산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다. 이미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산시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21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산시 선거구에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산시장 예비후보로 각각 등록했지만 본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그는 20대 대선 당시 윤석렬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 통합본부 국민희망위원회에서 일하며 윤석열 정부의 탄생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류 예비후보는 “지금까지의 정치 여정은 오로지 이번 총선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며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복장은 언뜻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는 진지한 태도로 총선에 임하고 있다. 류 예비후보는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는 현시점에서 더는 중앙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인 경제 생산성의 글로컬 경산시를 만드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와촌, 진량, 자인으로 이어지는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의 공단단지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꼽았다.
◆가족이 모두 캠프 구성원…“정치신인은 힘들어요”
다선 정치인들에게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10명 중 9명은 바로 첫 선거라고 말한다. 정치신인은 중앙에서 관심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낮은 인지도로 지역 내에서 캠프 봉사자조차 구하기 힘들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태성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치신인인 이 예비후보는 다둥이 자녀들과 함께 직접 가족 선거캠프를 꾸렸다.
이 예비후보의 딸들은 “저희 아빠 잘 부탁드립니다”고 외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예비후보의 둘째 딸인 이윤씨는 2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께서 ‘기특하다’며 건네주시는 따듯한 말 한마디에 용기가 난다”며 “역시 가족이 제일 든든한 지원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의 이색 가족 선거캠프는 그럴듯하게 가족들이 참여하는 캠프가 아니다. 군에서 중위로 전역한 첫째 딸 이정윤씨는 이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고, 현재 대학교를 휴학 중인 둘째 딸 이윤씨는 이 후보와 함께 현장을 누비며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제 막 20살이 된 셋째딸 이보윤씨는 놀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언니들을 도와 자료 찾기, 자료 정리 등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윤씨는 “보통의 선거캠프는 선거사무소에 선거원들이 상주하지만 아버지가 정치신인이다 보니 캠프 구성과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며 “브랜딩, 디자인, 정책 등 전문가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토의한 결과 좋은 선거전략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자라며, 충주 남산초, 충주중, 대원고를 졸업한 토박이다. 그는 “후보가 시민들과 함께 도시를 발전시키는 것이 시대에 흐름이라는 생각으로 고향인 충주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충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청주에 있는 충북도청을 충주로 이전하는 방안과 면세특구 및 경제자유특구 지정, 2조원대의 예산 증액, 순환 경제에 기반을 둔 친환경 도농 복합도시, 충북대 제2병원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입시상담부터 눈에 띄는 외벽홍보물, 카페형 캠프까지
많은 예비후보는 자신들만의 전문성을 앞세운 맞춤형 선거운동과 외벽홍보물 제작, 캠프 디자인 등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하남시선거구 미사신도시 출마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추민규 예비후보는 새해부터 과거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유권자 교육 상담 및 수험생 정시 상담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전문가인 추 예비후보는 학부모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타 후보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추 예비후보는 “일상적 거리 유세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관행적 선거운동보다 유권자들과 거리를 좁히면서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살려 교육 상담을 기획했다”면서 “특히 미사지역 주민들이 안고 있는 현안 중 하나가 교육이란 점에서 만나는 학부모 유권자마다 호응이 커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4.10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한 정상환 예비후보는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 이색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정 후보 사무실의 한쪽 벽면에는 정 후보가 한쪽 팔을 들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멀리서 보면 정 후보가 마치 건물 옥상의 태극기를 들고 있는 듯한 외관을 연출하고 있다.
선거캠프를 카페로 디자인한 후보도 있다. 화성을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서철모 예비후보 캠프다. 일반적으로 임시 건물에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빼곡히 설치해놓은 선거사무소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는 상근자도 딱히 고정된 지정석 없이 노트북을 들고 빈자리를 찾아서 일하는 ‘노마드’ 사무실로 선거캠프를 꾸렸다.
누가 상근자고 누가 방문객인지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캠프 전략이다. 서 예비후보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것을 걷어 내고 시민소통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무실을 꾸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