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 40명이 모여 팬들과 함께 하는 잔치를 성대하게 치렀다.
남녀부 팬투표 1위를 차지한 신영석(한국전력)과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한 V리그 40명은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최근 한반도를 꽁꽁 얼렸던 최강 한파가 다소 누그러진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은 14시 본 행사 세 시간 전인 오전 11시쯤부터 배구를 사랑하는 V리그 팬들로 북적거렸다. 팬들은 다양한 이벤트 부스에 참여하며 본 행사를 기다렸다.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총 6120명으로 취소분이 많아 매진이 되진 않았지만, 객석 대부분을 가득 메웠다. V리그 올스타전에서 역대 최다 관중은 올림픽체육관에서 2006~2007시즌의 7500명이었다. 이날 6120명은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팬과 함께 하는 올스타전이라는 슬로건답게 경기 시작 전 ‘명랑 운동회 케와브’에서는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인간 컬링 대결, 단체 줄넘기, 판 뒤집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남녀 혼성 대결이 돋보인 남자부 경기
이번 올스타전은 남자부 한 세트(21점), 여자부 한 세트(21점)로 치러졌다. 먼저 열린 남자부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코트에 난입해 남녀 선수들이 함께 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남녀 프로배구를 한국배구연맹(KOVO)가 주관하기 때문에 V리그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혼성 대결이었다.
승부보다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주 목적인 올스타전답게 선수들은 다양한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K-STAR 소속의 임동혁(대한항공)은 비디오 판독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임동혁과 같은 K-STAR 소속의 레오(OK금융그룹)의 공격이 터치아웃이냐, 아니냐의 판독이었는데 임동혁은 화면이 제대로 비춰지지 않았음에도 “판독 결과, 터치아웃으로 판독되었습니다”라고 말해 팬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진 비디오 판독 장면이 연출되자 IBK기업은행의 표승주가 벤치에서 판독석으로 이동했다. 팀 동료 폰푼(태국)의 시그니처 헤어스타일인 양갈래를 곱게 땋고 등장한 표승주는 마이크를 들고 어눌한 말투로 “안녕하세요, 표푼입니다. 포히트가 맞습니다”라고 판독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에 비해 남자 선수들과 다양한 세리머니를 준비해와 팬들을 환호케 했다. 신영석은 최근 유행하는 슬릭백 댄스를 준비했다. 속공을 성공시킨 뒤 미리 주심석 뒤에 준비해놓은 줄넘기를 돌린 뒤 수준급의 슬릭백을 선보였다. 우리카드의 세터 한태준은 블랙핑크 지수의 ‘꽃’ 음악에 맞춰 신영철 감독과 함께 세리머니를 했고, 임성진(한국전력)과 임동혁, 바야르사이한(OK금융그룹)은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노랭에 맞춰 최근 유행하는 챌린지 댄스를 보여줬다.
동료를 놀리는 세리머니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과거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뛰었던 신영석의 공격을 최민호(현대캐피탈)이 막아냈고, 최민호는 코트 건너편으로 넘어가 괴로워하는 신영석에게 코를 날리는 세리머리로 놀렸다. 신영석의 코가 유독 커 ‘코봉이’라는 별명이 있기도 하다.
김연경은 남자부 경기에 서브를 넣으러 들어간 뒤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도 성공시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메가(정관장), 임명옥(도로공사), 실바(GS칼텍스), 최정민(IBK기업은행) 등 많은 선수들이 남자부 경기에 코트를 밟아 혼성 대결을 펼쳤다. 여자부 블로킹 1위인 최정민이 신영석의 속공을 막으려 시도했지만, 신영석의 속공이 워낙 빨라 최정민이 점프를 뛰기도 전에 공격이 성공되기도 했다. 그러자 신영석은 고개를 꾸벅하며 최정민에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남자부 경기는 혼자 7점을 몰아친 레오의 활약을 앞세워 K-STAR가 21-15로 승리했다.
◆ 세리머니의 향연이었던 여자부 경기
올스타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여자부의 세리머니는 올 시즌에도 계속 됐다. 그야말로 세리머니의 향연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선수들은 사전에 준비한 다양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와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전 팬투표 1위 인터뷰에서 “기분 좋다. 당연히 팬 투표 1위할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이번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세리머니상을 노리겠다”던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작정한 듯 다양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절친인 김수지와도 사전에 준비한 세리머니를 했고, V-STAR 전체 선수들과 함께 유튜브 챌린지에 유행하는 군무 댄스도 선보였다. 폰푼, 메가 등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들과도 함께 댄스를 췄던 김연경의 세리머니 ‘백미’는 흥국생명 사령탑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한 세리머니였다. 백지영의 ‘내 귀에 캔디’에 맞춰 끈적한 댄스를 선보이던 김연경은 삭발인 아본단자 감독의 머리를 잡고 흔드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홈인 삼산월드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의 큰 환호성을 자아냈다.
각 팀원들끼리 준비한 세리머니도 돋보였다. 경기 도중 선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코트에 들어온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공격을 성공시킨 뒤 양효진, 김다인, 이다현, 정지윤 등 소속팀 선수들과 박진영, 선미의 듀엣곡인 ‘When we disco’에 맞춰 군무를 선보였다. 몇해전 올스타전에서도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 적이 있었기에 강 감독은 수준급 댄스실력을 선보였다.
도로공사의 김세빈, 임명옥, 문정원은 원더걸스 ‘Tell me’ 군무, K-STAR 선수 전체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군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GS칼텍스의 실바, OK금융그룹의 레오는 흑인 특유의 바이브를 앞세운 끈적한 댄스도 췄다.
선수 출신인 선심들의 경기 참여도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용동국 선심과 이준영 선심은 선수 출신답게 수준급 서브를 넣은 뒤 공격도 성공시켰다. 두 선심은 세리머니로 걸쭉한 막춤도 선보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2세트 여자부 경기는 다양한 웃음거리와 화려한 세리머니 끝에 V-STAR가 21-16으로 승리했다. 1,2세트 합계 결과 K-STAR가 37-36, 1점차로 최종 승리팀이 됐다.
기자단 투표 결과, 남자부는 MVP와 세리머니상을 팬투표 1위인 신영석이 독식했다. 신영석은 MVP 투표에선 14표, 세리머니상에선 19표를 받았다. 여자부에선 MVP는 13표를 받은 표승주가 선정됐고, 세리머니상은 경기 시작 전 포부대로 김연경이 16표의 몰표를 받아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