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인선 논의가 본격화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오는 10월이면 만료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의 전·현직 총리 3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나토의 ‘최대 주주’에 해당하는 미국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오는 2월9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더불어 나토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나토 창설 75주년에 해당하며 이를 기념해 오는 7월 미국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두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안건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안건은 역시 새 사무총장 선임이다.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은 오는 10월 그만두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 등 나토가 직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누구를 사무총장으로 뽑느냐는 막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나토 사무총장은 임기가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누구를, 어떻게 선출해야 한다는 뚜렷한 규정은 없다. 회원국들의 총의를 모아 만장일치로 결정해 온 것이 그간의 관행이다. 1949년 나토가 탄생한 이래 사무총장은 미국 말고 유럽 회원국 출신이 맡아 왔다. 다만 미국이 반대하는 인물은 사무총장에 임명될 수 없다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주요 회원국들의 의견도 무시하기 힘들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미국 다음의 경제력을 지닌 강대국이 바로 독일이다. 나토 회원국 다수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기도 한데, 독일은 EU 역내 1위의 경제 대국으로 사실상 EU를 이끌고 있다. 자연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신임 사무총장 유력 후보군을 놓고 숄츠 총리의 의향을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독일 간에 일종의 ‘합의’가 이뤄지면 다른 회원국들을 설득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그리고 라트비아 총리를 지낸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현 외교부 장관 등이다. 일단 뤼터 총리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뤼터 총리는 올해 57세이고 2010년부터 벌써 14년 가까이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만큼 경륜이 풍부하다. 미국은 물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