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업력이 길수록 수출 규모가 커지지만,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은 업력 연장의 첫걸음인 가업승계에 대해선 조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업승계 관련 규제로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기업도 상당수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원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수출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4∼2019년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연평균 수출 실적은 1472만8000달러로, 업력 10년 미만 기업(93만8000달러)보다 15.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출 품목과 대상국 수도 각각 4.7배, 4.6배에 달했다. 업력으로 쌓인 노하우, 신뢰도 등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무협은 “최근 국내 생산가능인구 감소, 최고경영자(CEO)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장수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엄격한 가업승계 지원 제도 요건 등이 원활한 가업 상속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협이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가업승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799개사)의 74.3%는 과중한 상속세·증여세 부담을 가장 큰 이슈로 지목했다.
실제 한국의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직계비속 기준)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은 2위다.
기업 10곳 중 4곳(42.2%)은 상속세, 증여세 납부 부담 등으로 가업승계 대신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77.3%는 기업의 영속성, 지속경영 등을 위해선 가업승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원만한 가업승계가 △해외 시장 진출(57.3%, 이하 복수응답) △기술 개발 및 투자(43.2%) △기업가정신(37.8%) △고용 확대(35.0%)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무협은 수출 장수기업을 늘리기 위해선 상속세율 인하, 상속인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의 평균 수준(26.5%)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상속인 요건을 기존 자녀·배우자·부모·형제 등에서 손자·손녀·전문 경영인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는 최대주주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고 간주해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대해 주식시장 가치의 20%를 할증해 상속증여 재산을 평가하는데, 미국·독일·일본과 같이 기업 특성을 고려해 할인 평가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정부는 ‘기업 업력이 곧 수출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무역업계의 가업 상속을 적극 지원해 수출 장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