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격랑이 예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 변화와 한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고, 첨단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는 대만은 한국의 핵심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총통 선거 직후인 지난 15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에서 만난 리종잉(李宗穎)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라이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강화하면서 미·중 관계가 영향을 받겠지만 그 파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압박에 따라 대만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주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양안 관계의 안정을 바라고 있는 미국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사채널을 복원하고 최근 미·중 간 대화가 늘어나는 등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대만해협에 긴장감이 감돌지 않도록 미국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과연 언제, 어느 수준까지 올라오느냐다. 그는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을 보면 획기적인 돌파구나 성공 사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만과 비교했을 때도 10년 이상의 차이가 있는 듯하고 서방의 제재도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중국에는 인재와 자본이 풍부하고 좋은 과학 연구 기관이 많다”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결국 시간이 걸릴 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대만해협 전면 봉쇄 등 최악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은 작게 봤다. 리 교수는 “전체 대만 해역을 봉쇄한다는 것은 양안뿐 아니라 미국과 모든 주변국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신 군사훈련을 강화하거나 대만 주변 해역의 작은 섬에 군사기지 설립 등을 통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효로 하려는 시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대만 압박은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대만의 애국 통일 세력을 발전, 강화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반대하고, 조국과의 완전한 통일을 촉진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