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첫 지원금

부산시, 지급 신청 접수 개시

예산 28억 확보… 2024년부터 시행
위로금 500만·月 20만원 생활비
年 최대 500만원 의료비 정산도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들의 인권이 무자비하게 짓밟힌 부산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지원금이 처음 지급된다.

부산형제복지원사건은 정부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 등 갖가지 학대를 가한 대표적인 인권 유린사건이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큰 약 3000명을 수용했던 부산형제복지원은 길거리 등에서 발견된 무연고자는 물론 장애인과 고아, 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과 어린이까지 무차별적으로 강제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29일부터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를 대상으로 피해지원금 지급을 위한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신청일 현재 부산시에 주민등록을 둔 피해자로, 지원내용은 위로금 500만원과 매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 연 500만원 한도의 의료비 등이다. 이번 지원금 가운데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은 처음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해 5월 박형준 시장이 피해자 대표 등을 만나 실질적 지원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피해자 대표와 간담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들은 박 시장은 과거 부산에서 일어났던 국가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개정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27억9000만원의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피해지원금을 지급한다. 피해지원금 신청은 지급신청서와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부산시 인권증진팀 또는 피해자종합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대리 신청도 가능하며, 제출서류나 신청서식은 시 홈페이지 또는 형제복지원사건 등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은 매 분기 말 피해자 본인 계좌로 지급되며, 의료비는 지정한 병원에서 피해자가 진료를 받으면 시에서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시는 또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료비 지원의 경우 피해자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부터 지원 대상 의료기관을 기존 부산의료원에서 7곳을 추가해 총 8곳으로 늘렸다. 대상의료기관은 △부산의료원(연제구) △세웅병원(금정구) △부산힘찬병원(동래구) △구포부민병원(북구) △효성시티병원(해운대구) △누네빛안과의원(부산진구) △다대튼튼치과의원(사하구) △바른이김대식치과의원(수영구) 등이다.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수급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지침 개정을 건의하는 등 대상 피해자 모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박형준 시장은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분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사회구성원의 한 축으로 자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지원사업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