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70여일 남겨 놓은 가운데 국회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비례제 회귀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큰 터라 당 지도부에서는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론을 짓자는 제안까지 나온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9일 CBS라디오에서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조만간 지도부가 결정을 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라며 “일단 당내 의견 결집은 이번 주 안으로 모여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당원 투표 절차를 밟는 데 대해서는 “지도부가 어느 정도 결정을 하고 그 안을 의원총회나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추인받는 모습이 더 좋다”며 “그냥 그대로 2가지 안 중에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하면 당 지도부나 의원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인 것 같다”고 했다.
준연동형 유지 입장인 김두관 의원 또한 이날 KBS라디오에서 전 당원 투표 방안에 대해 “좀 비겁하다”며 “논쟁이 오래됐는데 이제 당 지도부가 결단할 때지 이걸 다시 전 당원 투표에 부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 당원 투표는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제안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지지부진하게 끌어 온 선거제 논의를 전 당원 투표에 던질 경우 다시금 ‘개딸(개혁의딸) 전체주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개딸을 동원해서 (병립형 회귀를) 합리화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전 당원 투표 제안은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면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에서 이번 주 내로 (선거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건 31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이다. 당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당 안팎에선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입장을 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을 발표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병립형 회귀를 전제로 한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제’ 입장을 재차 밝힌 것도 이 대표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박병영 공관위원은 이날 공관위 4차 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임 위원장께서 오늘 여야 협상 가능하고 지역균형 안배를 할 수 있는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제가 국회에서 하루속히 가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전날 조정식 사무총장,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안규백 의원과 함께 이 대표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는 이날 일반 국민 대상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국민공천 심사기준’을 확정했다. 이 중 ‘5대 도덕성 국민공천 기준’에는 △뇌물 등 부패 이력 △성범죄 이력 △납세·병역 등 국민 의무 △직장갑질과 학폭 이력 등이 포함됐다. 공관위는 조만간 공천 심사 과정에서 감산 처분을 받는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 대상자에게 통보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공관위가 5대 도덕성 국민공천 기준을 중심으로 1차 검증을 거친 결과 현역 의원을 포함한 6명을 공천배제(컷오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