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느는 후견사건… 법원 전담과 더 늘려야 [법조 인앤아웃]

서울가정法 전국 첫 후견과 신설
2023년 감독 5110건 불구 인력 부족
“양질 서비스 제공 위해 증원 필요”

고령화 등에 따른 후견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서울가정법원에 후견 업무를 전담하는 ‘후견과’가 신설됐다. 전국 법원 중 유일무이하다. 법원 안팎에선 후견 감독 인력 충원 등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개정 ‘법원사무기구에 관한 규칙’이 지난 1일 시행돼 서울가정법원 사무국에 후견과가 추가되면서 기존의 종합민원실 후견센터가 후견과로 전환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 전문가나 친족 등 후견인 도움을 받아 삶을 영위하도록 보호·지원하는 제도다. 법원 심판을 거쳐 후견이 개시돼 후견인이 선임되는 게 끝이 아니다. 성년 후견 사건의 경우 주로 배우자나 자녀인 후견인이 은행 업무, 인감증명서 발급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 피후견인 보호의무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돼 법원이 후견을 종료할 때까지 감독한다.

 

법원이 감독하는 후견 사건은 매년 누적된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5110건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후견과 정원은 2명(과장·실무관) 늘어난 26명에 그쳤다. 이 중 후견 감독을 담당하는 사람은 18명으로, 실제로는 15.5명이 전담한다. 이를 감안하면 1인당 약 329건을 관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친족 후견인들의 경우 후견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고서 제출 등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민원도 많아 후견 감독 담당관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후견과는 친족 후견인 교육, 전문가 후견인 직무 연수 등도 맡아 후견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 역량을 제고해 대국민 사법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감독 인력 1인당 사건 수가 적정 수준을 유지해 양질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증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 전경. 뉴시스

이 외에도 후견제도의 발전을 위한 과제로 정신감정 기관 확충, 국선 후견인제도 활성화, 후견 전담 재판부 신설 등이 꼽힌다. 서울가정법원이 진료 기록만으로 당사자의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힘들 때 정신감정을 촉탁하는 기관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서울아산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등 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들 기관이 102건을 감정했다.

 

서울가정법원은 또 지난해 전문가 후견인 후보자로 변호사·법무사·사회복지사, 법무법인 등을 선정하며, 이 중 국선 후견인도 할 의사가 있는 후보자를 기존 21명에서 90명으로 대폭 확충하고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사소송법 등 관련 법에 예산 확보를 위한 근거가 없어서다. 서울가정법원엔 후견 전담 재판부도 없다. 다른 가정법원이나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의 지방법원은 서울가정법원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후견 전문가인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에 후견과가 신설돼 보다 체계적인 후견 감독이 이뤄지고, 전체 후견인의 80%에 육박하는 친족 후견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다른 법원에도 퍼져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