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이 잇따르는 가운데 요양시설에서의 학대와 방치도 연이어 발견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YTN은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노인 A씨과 실랑이를 하던 간호사가 환자를 밀어 넘어뜨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일로 고관절을 크게 다친 A씨는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고, 침대에 누워지내는 동안 건강이 더 나빠졌다.
A씨의 가족은 “말 그대로 간호사가 미친 짓을 했다”며 “(아버지가) 그렇게 아프신 분이 아닌데 지금은 호흡기 끼고 계시다. 솔직한 말로 오늘, 내일 하고 계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꼭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이 필요한 약이나 치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제보도 나왔다.
심장 혈관 확장 시술을 받고 인천의 한 요양원에 들어간 70대 할머니 B씨. 혈관을 막히는 걸 방지하는 약을 매일 먹어야 했지만 요양원 측은 무려 6개월이나 할머니에게 약을 주지 않았다.
B씨의 가족 조모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복용해야 되는 아주 중요한 약이었는데 하늘이 도왔으니까 지금 이때까지 살고 계신다”고 토로했다.
해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요양원 측은 가족들은 “근무자들이 모두 퇴사했다”는 답답한 대답만을 내놨다. 가족들은 결국 요양원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생활시설에서의 학대는 2018년 380건에서 2022년 662건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보호자들이 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힘든 만큼, 학대를 예방할 실질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 계획이 요양원에서도 수립돼야 한다”며 “요양시설 자체가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과 질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설 종사자들의 돌봄 윤리를 재점검하는 등 인식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과중한 업무와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원 30명 미만의 노인요양시설에서 근무한 장기요양요원의 32.4%가 수급자나 수급자 가족으로부터 성희롱과 성적 신체 접촉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요양보호사 중 중 23~33.6%만 도움을 요청하고 나머지는 그냥 참거나 일을 그만둬 열악한 근무여건을 짐작케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9일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사업 계획을 2월 내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간병비 지원으로 요양시설에서의 학대·방임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