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9일(현지시간) 인간의 뇌에 처음으로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을 했다. 당장은 신체 손상을 입은 인간의 활동을 돕는 게 목표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대결할 정도로 인류의 지능과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어제(28일) 첫 환자가 뉴럴링크로부터 이식(implant)받았다”며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불린다”며 “생각하는 것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그것들을 통하는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스티븐 호킹(1942∼2018)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환자의 뇌로부터 기록을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위스콘신대 중개신경공학연구소의 공동책임자 킵 루트비히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뇌 임플란트를 이미 시도한 블랙록 뉴로테크나 싱크론 등 경쟁사보다는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뉴럴링크는 뇌에 2㎜ 미만의 깊이로 칩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다른 BCI 기업인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가 개발한 장치보다 더 깊은 것이다.
뉴럴링크는 2016년 머스크가 약 1억달러(약 1329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AI 시대에 대비해 인간 두뇌와 컴퓨터·기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칩과 섬유 전극을 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은 뇌전증·우울증 등 뇌 질환 치료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추산됐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AI 위협에 맞서 인간 뇌에 AI 칩을 심는 것이다. 인간이 AI처럼 똑똑해지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묘사한 ‘머신(기계)의 반란’ 같은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논리다.
뉴럴링크는 첫 뇌-컴퓨터 연결을 앞두고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6년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실험을 해 왔는데, 미국 하원의원 4명은 지난해 11월 “원숭이들이 컴퓨터 칩 이식 이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을 포함해 쇠약해지는 부작용을 겪었으며,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권 당국에 머스크가 칩 이식 실험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호도한 적이 없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는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동물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뉴럴링크가 위험 물자 이동에 관한 미국 교통 당국의 규칙을 위반해 이달 초 벌금도 부과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