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공 노선을 일방적으로 새롭게 설정했다. 이에 대만은 중국의 결정을 “현상 변경 시도”라며 반발했다.
31일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의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CCAC)은 전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월1일부터 M503 항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2015년 개통된 M503 항로는 대만해협 중간선에서 서쪽 최단 거리로 7.8㎞ 떨어진 민항기 노선 남북항로다.
중국 당국은 M503 항로를 폐쇄하는 대신 이 항로와 연결되는 W122, W123 노선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W122, W123선은 M503 항로에서 서쪽의 푸저우시와 샤먼시를 동서로 각각 연결한다.
당국은 해당 지역의 항로 노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운영해 공역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전날 “이번 조치가 양안 동포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시보는 중국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중국 측 항공 노선이 대만해협 중간선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은 중국의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로 의심된다며 즉각 취소를 요구했다.
야당의 한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중국 당국의 일방적 조치가 대만과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만해협 중간선을 취소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만 국가정책기금회의 제중 연구원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이 대만의 공중 방어선과 대만해협 중간선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시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만의 비행제한구역을 부정하면서 군사적 행동을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법률적 전략”이라고 했다.
한편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사이에서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후 1955년 미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국은 수십년간 암묵적으로 이를 인정하는 듯했지만, 지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이를 무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