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리즈 호프먼/박준형 옮김/포레스트북스/2만1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치기 전 미국은 10년간 호황을 누렸다. 200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미국 S&P 500 지수는 400% 이상 올랐고,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채권 등 안전자산까지 모든 것이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신간 ‘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포레스트북스)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현대 경제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 어떻게 살아남고, 위기를 기회로 바꿨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가 터지자 다니던 월스트리트저널을 그만둔 저자가 100여명의 경영자와 기업 내부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현장감 있게 풀어냈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전 세계 팬데믹을 선언하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경제계 거물들도 코로나가 몇 주, 길어야 몇 달 내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쿠팡 주식으로 번 돈 1조500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의 CEO 빌 애크먼은 코로나가 가져올 위기를 직감했다. 그는 3월 초 중국에 30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퍼싱 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팔고, 신용부도스와프(채권에 문제(부도)가 생겼을 때 수익을 올리는 상품)을 331억원어치 샀다. 팬데믹이 선언되자 시장은 공포에 질렸고 투자자들은 애크먼을 따라 앞다퉈 신용부도스와프를 매수했다. 3월 초 최고를 기록했던 회사채 기준 지수는 3월20일 15%나 하락했고, 퍼싱 스퀘어의 투자는 단 3주 만에 3조4000억원을 벌었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반대 포지션에 투자해 시장이 붕괴했을 때 막대한 이익을 얻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속편이나 다름없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예약이 끊긴 상황에서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한 ‘체험’ 사업을 본격화했다. 여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와인 시음, 양털 깎기뿐 아니라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에게 먹이 주기’처럼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을 대리 방문하는 가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체스키는 직접 숙박 체험을 하면서 그해 5월 장기 체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알았다. 주말에 멀리 떨어진 여행지로 떠나던 여행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 고객의 거주지에서 수백 마일 이내 마을이나 도시에서 몇 주 동안 머무는 형태로 바뀌고 있었던 것.
그해 7월8일 에어비앤비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100년 만에 최악의 여행 침체기에 상장했지만, 5개월 후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주당 146달러가 됐고, 180억달러로 평가받았던 회사 가치는 1000억달러가 넘었다.
이 밖에도 수백 개의 공장 문을 모두 닫아야 했던 상황에서 자동차 대신 인공호흡기를 생산한 포드자동차와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 백악관과 의회를 오가며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낸 아메리칸항공 등 18개 초일류 기업의 고군분투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