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교육의 시작이고 근본입니다.”(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vs “교사가 잘하는 것을 교사가 잘하겠습니다.”(김신안 전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정부가 올해 2학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상반된 반응입니다. 늘봄학교는 현재 시행 중인 방과후와 돌봄 교실을 통합한 개념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정규수업 전후 교내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방과후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게 윤석열정부 계획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교사 역량과 초등학교 역할은 지식전달·학습과 생활지도 이상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 2022’ 결과에 따르면 ‘향후 더 강조되어야 할 초등학교의 역할과 기능’으로 ‘보육 및 돌봄’을 꼽는 국민들은 4명 중 한 명꼴입니다. 맞벌이와 한부모 가정 증가 등 인구구조 및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일 것입니다.
늘봄학교가 학교에 설치된다고 해서 교사들이 돌봄 업무까지 맡아야 할까요? 2022년 교육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가량(68.0%)은 늘봄학교와 같은 방과후 돌봄서비스가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교 책임’이라는 응답은 12.8%로 ‘지역사회 몫’(19.3%)보다 낮았습니다.
교육계에선 “지금 초등학교는 경로당만 빼고 다 들어와 있다”는 말이 돕니다. 방과후학교 운영 관련 실무와 유·초등 돌봄교실 관련 업무는 물론 현장학습, 학교폭력, 학생 보건관리, 급식 및 배식, 디지털기기 관리, 학교 홈페이지 유지보수, 입학준비금 행정처리 등 교육 외 행정업무 사항이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교사들은 수업준비와 생활지도에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늘봄 시범학교 담당교사는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 아침 간편식, 저녁밥 메뉴를 고민하고 주문하고 직접 사오기도 하면서 이게 교사가 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교육의 영역도 아닌 보육의 영역을 위해 왜 담임교사가 수업 중 관련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합니다.
정부는 늘봄 업무를 올 1학기까지만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되 2학기부터는 행정공무원이나 기존 돌봄전담사 인력을 배치한다고 합니다. 초등 늘봄학교 전면도입 시기가 불과 2년 남았습니다. “기왕 시작한 정책이라면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새로운 학교·지역사회 협업 모델, 교원 역할을 정립해 학부모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 발전하는 결과를 맺길 바란다”는 한 교사 겸 학부모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