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깡그리 무시하는 국회…‘선거구 획정’은 언제쯤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서 여야 평행선…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당론 결정 권한 위임
국민의힘 “정치적 꼼수 셈법으로 선거제 확정 미뤄져… 직무유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뉴시스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이 총선을 약 70일 앞두고도 이뤄지지 못해 국회가 또다시 ‘직무유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입법 기관인 국회가 깡그리 무시하는 셈이다.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데까지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서 평행선을 그리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을 폐지하고 대신 기존의 병립형을 재도입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것으로, 20대 국회 때까지 적용되던 제도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현행 준연동형 유지안을 택할지 아니면 병립형으로 돌아갈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 중이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별도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자는 당내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위성정당 출현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민주당은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관련 당론 결정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해 그 결정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에게) 포괄적 위임을 하기로 최고위에서 결정했다”며 “이후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진 ‘의원총회를 열 필요도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도 다 열려 있는 것”이라며 “최고위에서는 선거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3일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결정이 민주당 때문에 지연된다며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 셈법으로 선거제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다. 호 대변인은 민주당의 비례제 결정 권한 이 대표 위임에 “‘친명(친이재명) 천지’가 된 지금의 민주당이기에 놀랍지도 않은 결정”이라며 “지금은 한시가 급한 시점이다. 이 대표는 하루빨리 입장을 밝히라”고 몰아붙였다.

 

호 대변인은 아울러 “선거 규칙 확정이 늦어질수록 예비 후보자들뿐 아니라 유권자 혼란만 가중된다”며 “여전히 ‘이 대표의 답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절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는 민주당을 보고 있자니, 이쯤이면 무책임과 무능력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쏘아붙였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나왔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의 획정안은 관련 규정보다 354일 늦은 것이었다. 20대 총선 때는 획정위가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관으로 첫 출범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42일 앞둔 2016년 3월2일에야 획정안이 나왔다. 이보다 더 앞선 17대 총선 때는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획정을 마쳤다. 이처럼 선거구획정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뤄진 게 다반사다. 법정시한을 어겨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고, 선거구 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갈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