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계좌 통해 간편 투자 ↑… 양도소득세 부담 ↓ [마이머니]

‘비트코인 선물 ETF’의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해킹 위험 없고
레버리지·인버스 등 다양한 전략 가능

매매차익 기본공제 연간 250만원 그쳐
세금부담 크고 ‘롤오버’ 비용 생길 수도

‘프로셰어스’ 일일 거래량 20억달러 돌파
삼성·미래에셋 등 국내 운용사 상품도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제도권에 진입한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를 막았지만 미국 등 해외에 상장한 선물 ETF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활용해볼 수 있다. 선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뿐 아니라 하락을 추종하는 인버스 전략이 가능해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


◆레버리지·인버스 투자 가능한 선물 ETF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선물 ETF는 대체로 시카고 거래소(CME) 그룹에 상장한 CME CF 비트코인 선물 가격(BRR·Bitcoin Reference Rate)을 추종한다.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비트코인을 ETF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런던시간 오후 4시에 해당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선물 결제 가격을 산출한다.



최근 국내 투자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품은 미국 펀드운용사 볼러티리티 셰어스의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STRATEGY) ETF’(BITX)다. 이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2배로 추종해 고위험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다. 운용 보수는 연 1.85%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이 상품을 1176만1677달러 순매수했다.

운용 규모가 가장 크고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 선물 ETF는 ‘프로셰어스(PROSHARES)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가 있다. 이 상품은 2021년 미국 SEC가 최초 승인한 선물 ETF로 일일 거래량이 20억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운용 보수는 연 0.95%다. ‘프로셰어스 쇼트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I)는 비트코인의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상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캐시 우드(캐서린 D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아크 21셰어스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트래티지 ETF’를 통해 비트코인과 세계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에 동시 투자도 가능하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선물 ETF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홍콩에 상장한 ‘삼성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는 상장 1년 만에 순자산(AUM) 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4배 넘게 성장했다. 이 상품의 운용 보수는 연 0.89%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순유입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미국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통해 ‘글로벌엑스 블록체인 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와 캐나다 자회사 호라이즌스 ETFs를 통해 비트코인 하락을 추종하는 ‘배타프로 인버스 비트코인 ETF’를 운용하고 있다.

◆세금·롤오버 등도 고려해야

비트코인 선물 ETF 상품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갑 등을 활용한 비트코인 현물투자와 달리 해외증시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버리지, 인버스 등 다양한 전략 사용이 가능하고 현물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파산, 해킹 등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해외상장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연 250만원을 기본공제하고 초과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2%(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 해 세금부담이 큰 편이다. 선물 ETF의 경우 만기가 정해져 있어 종목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롤오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등을 통한 비트코인 현물 거래는 아직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지 않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거래 수수료도 0.04~0.2% 수준에 그쳐 부담이 작은 편이다. 해외거래소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킨 가상자산 선물 거래도 가능하지만 국내 가상자산을 해외로 전송하고 지갑을 생성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다.

금융당국이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 및 중개를 금지했지만 “앞으로 여러 상황을 보면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논의가 이어질 수도 있다. 대통령실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재검토될 수 있는 여지를 둬 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운용 보수를 낮추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운용보수를 연 0.19%로 제시했고 비트와이즈는 0.20%, 아크·21셰어스는 0.21%로 측정했다.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한 다수 운용사도 0.25% 수준의 낮은 운용보수를 내걸었다. 이 같은 경쟁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열사 글로벌엑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과 차별적인 가상자산 ETF를 만들어 다시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후 차익실현 물량으로 지난달 23일 3만8000달러대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반등해 4만3000달러선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인한 자금 유입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1월31일까지 14거래일간 거래됐으며 누적 순유입 금액은 14억5000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블랙록이 1위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이며 피델리티도 순자산이 20억달러를 상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