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뒷전… '친윤·친명' 앞세운 예비후보 200명 육박

“유력 정치인과 친밀도 부각 후진적”

4·10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윤석열의 사람’ ‘이재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예비후보들이 2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비후보 중 국민의힘의 경우 20% 가까이가, 민주당은 약 12%가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특히 각 당 ‘텃밭’ 지역구엔 ‘윤석열의 사람’이나 ‘이재명의 사람’이 2∼3명씩 난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 지역구의 경우 본선보다 당내 공천을 위한 경선이 더 치열하기 때문에 친윤(친윤석열)이나 친명(친이재명) 마케팅을 통해 지도부와 강성지지층에 구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후보자가 본인 자질이나 국가적 과제에 대해 부각하기보다는 유력 정치인과의 친밀도를 알리는 데 치중하는 건 후진적”이라며 “결국 총선이 양당 지도자의 ‘자기 사람 심기’처럼 보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명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예비후보 총 657명 중 윤석열 대통령 관련 경력을 내세운 후보는 127명(19.3%), 민주당 예비후보 총 537명 중 이재명 대표 경력을 강조한 후보는 66명(12.3%)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한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들은 지난 대선 때 선거캠프 활동부터 당선 이후 대통령실 근무나 현 정부 장관직 수행 등 이력을 두루 포함했다.

 

이 대표와 연관된 경력을 적은 민주당 예비후보자들도 지난 대선 때 선거캠프 활동 이력부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함께 근무한 경력, 이 대표 체제 민주당 당직 경험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윤석열의 사람’의 경우 경기에서 31명, 서울 23명, 경북 18명, 부산 14명, 경남 10명 등 순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와 서울의 경우 4월 총선 핵심 격전지인 만큼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인사의 출마가 많은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북·부산·경남 등 영남지역은 국민의힘의 전통적 우세 지역으로 윤 대통령 관련 이력이 공천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의 사람’ 또한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에서 10명, 전남 8명이 있었다. 이 또한 사실상 본선보다 공천을 받는 게 더 어렵단 평을 받는 지역으로 야당 지도자와의 인연을 강조해 경쟁에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일종의 병리적 현상”이라며 “국회의원을 300명씩 뽑는 건 정당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인데,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만을 강조하는 건 거기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예현 정치평론가는 “국회의원 선거라면 당연히 각 세력 지도자와의 친밀도만 부각할 게 아니라 자신의 자질이나 비전을 부각하는 데도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